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해 종합 5위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한국선수단이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귀국기자회견에 자리한 \'피겨퀸\' 김연아가 밝게 미소 짓고 있다.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대한민국 선수단도 이를 의식한 듯, 출발 네 시간여 전인 오전 9시쯤에 졸린 눈을 비비며 공항에 집결했다. 전날 들어올린 축배의 여파로 아직 숙취가 남은 선수도 몇몇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얼굴이 밝아 보였다.
●김연아·곽민정, 공항 패션도 ‘눈에 띄네’
선수들의 공항 의상은 어디서나 한국 선수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흰색 ‘코리아’ 점퍼로 통일됐다. 하지만 피겨스케이팅 대표인 김연아와 곽민정은 달랐다.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나타난 김연아는 회색 면 후드 짚업 점퍼에 검정색 트레이닝팬츠, 흰색 운동화를 갖춰 입고 나왔다. 무채색으로 색상을 맞춰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 어깨에 둘러멘 연한 핑크색 가죽 크로스백은 발랄한 분위기까지 더했다. 아직 10대 학생인 곽민정의 패션 센스도 빛났다. 니트 모자를 비스듬히 눌러쓰고 스키니진에 빨간색 후드 짚업 점퍼를 매치했다. 또 직접 끌고 다니는 여행가방에는 알록달록한 무늬가 새겨져 여러모로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톡톡 튀는 귀국 패션으로 눈길을 끈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곽민정.
●김연아는 일등석, 나머지는 일반석
김연아에게는 또다른 예외도 있었다.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선수단 전원이 일반석을 이용했는데, 김연아만 일등석에 탔기 때문이다. 물론 대한체육회가 김연아에게만 특혜를 준 것은 아니다. 김연아가 평소 대한항공에서 일등석 항공편을 제공받아왔으니, 일부러 마다할 이유가 없어서였다.
함께 귀국하는 김연아의 부모도 11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고려해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반대로 이상화는 당초 “몸이 피곤할 것 같다. 비즈니스석을 타고 가고 싶다”고 말해왔지만, 좌석 승급을 위해서는 항공사 개인 마일리지를 이용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아깝다”며 바로 포기했다는 후문. 국제대회 출전이 잦은 이상화의 마일리지는 무려 15만마일이 넘게 쌓여있다고 한다.
●자축의 샴페인 파티, 삼삼오오 대화도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은 금의환향하는 선수단이 자사 비행기를 이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직원들에게 “자축연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덕분에 김연아·이정수·모태범을 비롯한 메달리스트들은 이륙 직후 비행기 앞쪽에 모여 조촐한 샴페인 파티를 열었다. 기내에 “대한민국 선수단 여러분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곳곳에서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또 모든 선수들이 한 비행기에 몰려있는 만큼, 기내 여기저기서 ‘사랑방’도 열렸다. 특히 선수들이 가장 많이 모인 자리는 비행기 맨 뒤편에 있는 화장실 앞. 처음엔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줄을 섰다가, 수다가 길어지면서 모여 있는 인원이 점점 늘어난 것이다. 피곤에 젖어 곯아떨어진 선수는 의외로 거의 없었다.
2일(한국시간) 오후 4시59분. 비행기가 마침내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선수들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목에 화환을 걸며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미처 게이트를 나가기도 전에 환승객들의 카메라 세례가 쏟아진 것은 물론. 지금 대한민국 대세는 ‘올림픽 영웅’들이다.
인천국제공항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