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고 안병원 감독 “투수는 마운드서 배짱 느껴야…”

입력 2010-03-12 1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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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동아일보사 스포츠동아 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 전국고교야구대회 첫째날 원주고와 김해고의 개막전.

원주고가 6-1로 앞선 9회말 1사 주자만루 상황이 되자 스타플레이어 출신 안병원 원주고 감독이 벤치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리고 마운드를 문대건(2학년)에서 함덕주(1학년)로 교체한 뒤 마무리 투수를 열렬히 응원했다.

그러나 투수가 몸이 덜 풀린 듯 와일드피칭으로 1점을 내주자 안 감독은 마운드로 올라가 투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배짱있게 던져라. 이 긴장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이다. 또 루상에 있는 주자가 다 들어와도 좋으니 너의 공을 던져라." 투수출신 감독의 격려에 힘을 얻은 듯 투수는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후속 타자를 삼진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고 승리를 지켜냈다.

경기 후 안 감독은 "9회말 주자 만루 상황이라면 타자보다 투수가 더 떨리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배짱있는 투구를 강조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마운드 위에서 긴장감을 즐기는 것은 한 순간이다. 그 순간을 놓친다면 평생 후회할 것이다"고 밝혔다.

안 감독은 지난 1990년 초반~2000년대 초반 현역시절 태평양(우리의 전신)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던 투수. 두 시즌 10승 이상을 달성하기도 했다. LG트윈스로 트레이드 된 뒤에도 최창호, 최원호와 함께 선발투수로 활약한 바 있다.

2005년 6월부터 현역 유니폼을 벗고 모교인 원주고를 지도해온 안 감독은 선수시절과 지도자에 대한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지도자가 훨씬 힘들다. 현역 때는 자기관리만 잘 하면 됐지만, 감독은 팀의 모든 부분을 관리해야 하기에 힘든 부분이 많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번 대회 원주고는 '도깨비팀'라 불린다. 우승 전력은 분명 아니지만 지난해 화랑기에서 강팀 광주진흥고와 제물포고를 꺾고 준결승까지 진출한 저력을 보여줬다는 부분에서 다시 한번 이변을 연출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에 안 감독은 "투타의 균형은 잘 맞지 않지만, 개인적인 기량을 최대한 접목시키려고 노력했다. 특히 득점기회에서 응집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에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황금사자기 8강을 목표로 세운 안 감독은 자신만의 철학으로 야구 불모지로 불리는 강원도에서 야구를 하는 선수들에게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하는 꿈을 심어주고 있다.

안 감독은 "야구장을 '닭장'으로 비유하고 싶다. 나는 이 닭장 속에서 선수들에게 항상 '후회없는 경기'를 강조한다. 특히 생존경쟁이 심한 야구계에서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항상 투쟁심을 고취시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강원도가 야구 불모지이고 원주고의 현 전력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난해 화랑대기 4강으로 선수들의 자신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또 단합도 잘되고 있는 만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황금사자기 특별취재반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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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세훈 대학생 인턴기자
문자중계=조용석 대학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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