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허재 “불어다오” vs 유재학 “멈춰다오”

입력 2010-03-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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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유재학(왼쪽) 감독과 KCC 허재 감독은 상명초등학교-용산중 2년 선후배 사이. 실업시절 KIA에서 한 솥밥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유 감독은 전태풍의 수비방법에 대해 “다 말씀드릴 순 없다”고 했고, 허 감독 역시 하승진의 부상상태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프로농구 챔프전 미디어데이
‘태풍에 당하느냐, 태풍을 잠재우느냐’ 창과 방패의 대결이 시작된다.

31일부터 울산에서 열리는 울산 모비스와 전주 KCC의 2009∼2010KCC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 모비스는 정규리그에서 실점(73.9점)이 가장 적었고, KCC는 팀 득점 1위(83.6점)였다.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KBL센터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때 양팀 감독은 공격력(수비력)을 상대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공수대결의 중심에는 전태풍(30·KCC)이 있다.


○허재, “태풍이가 나보다 더 낫다.”

플레이오프(PO) 시작 전까지만 해도 KCC의 선전을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하승진(221cm)의 부상 때문. 모 선수는 “하승진이 빠진 KCC는 평범한 팀”이라고까지 평했다.

하지만 KCC에는 전태풍이 있었다. 워낙 개인기가 화려해 일대일로 막기란 불가능하고, 패스워크까지 갖춰 섣부른 협력수비는 어시스트 기록만 한 개 더 추가시킬 뿐이다. 용병 선수와의 픽앤롤 플레이는 더 예리해져, 4강PO에서는 고비마다 KCC의 득점옵션이 됐다.

당대 최고의 선수였던 KCC 허재(45) 감독조차 “(전)태풍이의 자세가 워낙 낮아 공을 뺏으려면 주저앉아서 수비해야 할 정도”라면서 “득점력 등은 나보다 더 낫다”고 치켜세울 정도다. 기술뿐만 아니라 승부근성까지 갖췄다.

허 감독은 전태풍이 PO에서 더 강해진 이유 중 하나로 그의 기질을 꼽으며, 부산 KT와의 4강PO에서 신기성(KT)을 상대로 일대일 공격을 주문한 일화를 소개했다. 몇 차례 공격성공으로 기세등등한 전태풍.

허 감독이 다른 작전을 지시해도 “감독님, 한 번 만 더 하면 안돼요?”라고 고집을 부렸다. “야, 이 XXX!” 호통을 치기는 했지만 허 감독은 “그래도 그런 근성이 있어야 한다”며 흐뭇해했다.


○유재학, “전태풍, 반만 막겠다.”

모비스 유재학(47) 감독은 “다 막을 수는 없고, 전태풍이 할 수 있는 것 중 반만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슛과 돌파 중 하나는 철저히 봉쇄하겠다는 의미다.

일단, 전태풍이 공을 잡은 다음에는 수비가 어려워진다. 모비스로서는 장기인 디나이(공을 못 잡게 하는)수비와 프레스 수비 등을 다양하게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태풍의 최대 약점은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길다는 점.

허 감독 역시 “내가 공을 앞으로 쳐서 수비를 제치는 스타일이었다면 전태풍은 좌우로 수비를 흔드는 스타일”이라면서 “좌우로 흔드는 것이 보기에는 화려해 보일 수는 있지만, 힘이 많이 들고 실속이 없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일단 전태풍이 공을 잡으면, 최대한 드리블이 길도록 유도해 체력소모를 크게 하고 실책을 유발하는 것도 작전이다. 이 경우, 모비스가 자랑하는 민첩한 수비 로테이션이 중요하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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