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을 앞두고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전)태풍에게 허용하는 공간도, 점수도 반으로 줄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했다.
KCC 공격의 키를 쥔 전태풍 마크가 승부를 좌우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상대 용병 레더에 대해선 “던스턴이 공격 루트를 읽고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1쿼터만놓고 볼 때 유 감독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정규시즌 1위 울산 모비스가 31일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09∼2010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 전주 KCC와의 홈경기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91-86으로 승리, 세 시즌만의 통합챔프 등극을 위한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1쿼터 스코어 23-21, KCC 우세. 전태풍은 특유의 돌파와 득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양동근과 김효범이 번갈아가며 그의 앞을 가로 막았고, 단 1점도 못 넣은 그는 고작 2어시스트에 그쳤다. 유 감독의 작전이 맞아 떨어진 셈. 그러나 레더는 달랐다.
던스턴은 허둥댔고, 레더는 1쿼터에만 12점을 몰아쳤다. 2쿼터 이후 KCC로선 전태풍의 부활이, 모비스로선 레더 봉쇄가 절실했고 승리의 여신은 KCC를 선택하는 듯했다. 적어도 4쿼터 종료 6분여를 남겨둘 때까지는….
특유의 수비 조직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10점차 이상 끌려가던 모비스가 힘을 낸 것은 양동근의 골밑 슛으로 73-82, 9점차로 따라붙은 종료 6분12초전.
톱니바퀴 같이 돌아가는 수비는 이때부터 힘을 냈고, 그토록 터지지 않았던 외곽포도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함지훈과 던스턴의 연이은 골밑 슛과 김효범의 외곽포로 착실히 점수를 만회한 모비스는 종료 1분 30초를 남기고 김효범의 그림 같은 3점포로 86-86 동점을 일궈냈고, 종료 52초전 함지훈이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골밑슛에 보너스 슛까지 성공 시키며 피니시 블로를 날렸다.
정규시즌 MVP 함지훈은 26득점·8리바운드의 맹활약으로 막판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됐지만 전태풍은 14득점. 그런대로 제 몫을 하고도 팀 패배에 고개를 떨궜다.
울산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분위기를 넘겨준 KCC는 종반 제 플레이를 하지 못하며 마치 혼이 빠진 듯 했다.
역대 챔프전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76.9%(13회 중 10회). 2006∼2007시즌에 이어 세 시즌만에 통합우승을 노리는 정규시즌 1위 모비스가 압승 분위기를 만들까, 아니면 두 시즌 연속 챔프를 노리는 KCC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까. 2차전은 3일 오후 3시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울산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