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추신수, ‘긍정의 힘’으로 찬호를 따르라

입력 2010-04-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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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와 추신수의 공통점과 차이점
박찬호의 전 에이전트였던 스티브 김은 예전 사석에서 “앞으로 한국 선수 가운데 투수는 박찬호, 타자로는 최희섭을 능가할 선수가 나올 것 같지 않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이고, 최희섭은 첫번째 야수 빅리거다. 스티브 김의 예상은 추신수의 출현으로 빗나갔다.

2010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국인 출신 메이저리거는 뉴욕 양키스 투수 박찬호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외야수 추신수 2명 뿐이다.

최희섭에 대한 예상은 빗나갔지만 박찬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유효하다. 당분간 그를 능가할 투수의 출현은 쉽지 않다. 마이너리그에 수많은 해외파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올해도 빅리그에 진출할 유망주는 없다.

박찬호와 추신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둘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10년 넘게 이들을 취재하면서 느낀 공통점은 자신감, 긍정적인 사고다. 사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나, 미국프로골프 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선수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이들은 절대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박찬호(37)와 추신수(28)가 많은 닮은꼴도 갖고 있지만 다른 점 역시 많다. 피나는 노력끝에 빅리그에 진출한 이들이지만 과정은 사뭇 다르다. 박찬호 와 추신수를 비교해본다.


● 행운아 박찬호

박찬호는 94년 한양대 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진출했다. 당시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최동원, 선동열, 정민태 등 박찬호의 선배들은 병역의무에 발목이 잡혀 미국 진출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박찬호는 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해 이 해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2년 만인 96년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발돋움했다. 이때가 23세였다.

박찬호는 당시 야구대사로 통했던 피터 오말리 전 구단주가 각별히 관심을 가졌던 투수다. 미국 프로야구에서도 누가 스카우트했는지와 구단 고위관계자의 관심여부에 따라 메이저리그 진출 시기가 좌우된다.

2년의 짧은 기간을 거치고 메이저리그 선수가 된 박찬호와 달리 부산고를 나온 추신수는 마이너리그 생활만 햇수로 8년을 했다.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출발한 뒤 2005년 4월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거치며 왔다갔다 했다. 2008년 94경기를 뛰며 사실상의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됐다. 박찬호보다 3년 늦은 26세였다.

박찬호가 탄탄대로였다면 추신수는 가시밭길을 걸었다. 추신수가 지난 시즌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연봉 조정신청 자격을 얻지 못한 이유도 2005년부터 메이저리그를 들락거려 서비스기간이 22일 모자랐기 때문이다. 박찬호와 견주면 엄청난 불운이다.

메이저리그 풀타임 경력을 따졌을 때 둘은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였다. 96년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5승5패 방어율 3.64를 마크한 박찬호는 이듬해 14승8패를 기록하며 일약 다저스의 붙박이 선발로 자리잡았다. 이후 5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작성하며 프리에이전트로 큰 돈을 벌었다.

추신수도 2008년 후반기 맹타를 휘두르며 94경기에서 타율 0.309 홈런 14, 타점 66개로 주목을 끌더니 지난해 20-20클럽(홈런-도루) 가입으로 클리블랜드의 중심타자로 도약했다. 타율 0.300 홈런 20, 타점 86개로 팀내 최고 타자로 군림했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초반 경력은 비슷한 셈이다.


● 추신수에게도 운이 따라줄까


현재 추신수가 가장 싫어하고 짜증나는 뉴스가 있다. 바로 군문제다. 박찬호 역시 이 과정을 거쳤다. 국내 언론을 비롯해 클리블랜드 지역신문은 스프링 트레이닝 초반 이 문제를 다뤘다.

심지어 ESPN에서도 추신수의 군문제를 다뤄 전국 뉴스가 돼버렸다. 특히 가정법으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을 때를 거론했을 경우가 가장 난처하다. 매니 악타 감독의 잘못된 시민권 발언도 이 때문이다.

박찬호도 그랬고 현재 추신수도 군문제가 거론되면 “야구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군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박찬호는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자연스럽게 군문제를 해결했다. 추신수도 오는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으로 군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 스콧 보라스라는 통과의례


박찬호의 전 에이전트 스티브 김은 딱 한차례 다년계약을 맺었다. 98년 초 2년 300만달러 계약이었다. 98년에 70만달러, 99년에는 230만달러를 받는 조건의 2년 계약. 이어 99년 시즌이 끝난 뒤 박찬호는 슈퍼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와 손잡고 1년 계약을 체결한뒤 2001시즌을 마치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6500만달러의 대박을 터뜨렸다.

박찬호를 미국에 데려온 일등공신 스티브 김은 다저스 유니폼을 입히는데는 성공했지만 불행하게도 대형계약은 해보지 못했다.

추신수도 올해 클리블랜드와 다년계약 협상을 앞두고 말을 갈아 탔다. 보라스 진영에 편입했다. 보라스는 추신수에게 프리에이전트가 되기 전까지는 1년 계약의 이점을 설득했다. 추신수는 2013년 시즌을 마쳐야 FA가 된다. FA 계약의 귀재 보라스는 설령 올시즌을 마치고 다년계약을 맺더라도 2013년을 계약만료 해로 할 게 뻔하다.

추신수는 “보라스에게 속더라도 끝까지 믿겠다”고 했다. 다년계약을 포기하고 올 연봉 46만달러를 받는 심정을 이렇게 표현한 듯하다.


● 꾸준함이 대박의 비결

FA 대박을 터뜨리려면 최소한 3년 연속 꾸준한 성적을 거둬야 한다. 최근 미네소타 트윈스와 8년 1억8400만달러 계약을 체결한 포수 조 마우어를 보면 답이 나온다. 박찬호도 다저스에서 5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로 돈벼락을 맞았다. 추신수로서는 앞으로 2년 연속 3할 이상에 100타점을 기록해야 대박을 터뜨리는 발판이 된다.

또 하나 추신수에게는 올스타게임 출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선수로는 박찬호, 김병현이 올스타게임에 선발됐다. 팬투표로는 어렵지만 감독 추천으로라도 올스타게임에 합류해야 한다. 올스타선발은 전국구 스타를 의미한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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