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이 사람은 왜] ‘나쁜 남자!’ NO ‘귀여운 남자!’ YES…김남길 ‘아, 또 유부녀야~!’

입력 2010-04-03 1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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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제주 해비치 호텔에서 김남길 주연의 새 드라마 \'나쁜남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굿스토리 제공

지난해 MBC '선덕여왕'에서 순수함과 야망을 동시에 가진 비담을 연기해 '2010년 핫 아이콘'으로 부상한 김남길(29)이 드라마 '나쁜남자'로 돌아온다.

김남길은 매력적인 외모와 악마적인 카리스마로 여성들을 홀리는 건욱 역을 맡았다. 어린 시절 대기업 해신그룹 총수의 사생아로 오인 받은 건욱은 그 집에 들어가 꿈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유전자 검사로 거짓임이 들통나 가차 없이 버림받는다. 파양된 상처에 복수하고 자신의 것이라고 믿었던 해신그룹을 되찾기 위해 건욱은 신분을 숨기고 그 집 딸들에게 접근한다.

해신그룹의 아들 태성 역은 김재욱(27)이, 그를 이용해 신분상승을 꿈꾸는 재인 역에는 한가인(28)이 캐스팅 됐다. 오연수(39)와 정소민(21)이 해신그룹 첫째 딸 태라과 막내딸 모네 역할을 맡아 김남길과 파격적인 사랑을 나눈다.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이형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나쁜남자'는 5월 방영을 목표로 SBS와 편성 문제를 논의 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5일 제주도 서귀포시 해비치 호텔에서 '나쁜남자'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김남길과의 만남은 간담회가 끝나고 뒷풀이 모임이 있었던 인근 식당에서 이뤄졌다. 일할 때 밥을 안 주면 무척 까칠해진다는 김남길은 이날 다른 사람이 덜어 먹던 밥 3공기를 후딱 먹어치웠다. 작품 이야기를 할 때는 한 없이 진지했지만 간혹 엉뚱한 모습도 보였다. 보도 자료에 나온 자기 사진을 보고 "누군지 참 잘생기지 않았냐?"고 묻는가 하면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 '김싼손(김남길+싸다+손)'이라고 소개했다. 친해지면 남녀 가리지 않고 스킨십 하는 걸 좋아해 붙여준 별명이다.

욕망과 사랑, 야망으로 뒤엉킨 '나쁜남자'의 다섯 주인공. 왼쪽에서부터 정소민(모네), 김재욱(태성), 한가인(재인), 김남길(건욱), 오연수(태라).


▶ Q: "왜 계속 나쁜 남자만 해?"
A: "깊이가 달라"


김남길은 왜 착한 남자 역할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걸까.

그는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에서 악귀 같은 조직폭력배 문수를, '모던보이'에서는 독립군을 고문하는 일본 검사 역할을 맡았다. '핸드폰'에서는 헤어진 여자친구의 섹스 비디오를 인터넷에 몰래 올린 파렴치한 녀석이었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비담은 또 어떤가. 마지막에 덕만(이요원)에게 순정을 다 바쳤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연인인 여왕의 등에 칼을 꽂은 역적으로 기억될 뻔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가 타이틀 롤을 맡은 드라마 제목까지 '나쁜 남자'다.

그는 나쁜 남자에만 꽂히는 이유에 대해 "평범한 역할에 매력을 못 느껴서"라고 했다. 원래 김남길은 '선덕여왕'을 끝내고 스릴러물 영화를 2편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형민 감독을 만나고 '나쁜남자'로 방향을 틀었다.

비슷한 역할만 계속 하는 것은 지나치게 안정 지향적으로 보였다. 비담으로 뜬 이미지를 입대 전까지 최대한 가져가려는 전략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올 가을경 훈련소에 입소하는 김남길에게 '나쁜남자'는 입대 전 마지막 드라마가 될 전망이다.

김남길은 "아무래도 곧 입대해야 하니까, 별안간 전혀 다른 역할로 연기 변신을 하는 것도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배우를 한 가지 틀에만 가둬두는 건 모두에게 손해가 아닐까. 김남길은 "더 깊이 있는 나쁜 남자를 보여 주겠다"고 했다.

"문수도, 비담도 나쁜 남자죠. 특히 비담을 하면서 6개월 동안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보기에 건욱도 비담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어요. 다만 연기로 차이를 보여주려 합니다."

그는 이내 비담으로 변신해 무시무시하게 노려보는 표정을 지었다.

"비담은 화가 나면 이렇게 순식간에 극단으로 치달아요. 건욱이는 감성을 담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줄 겁니다. 비슷한 배역이지만 더 깊게 파 내려갈 수 있다면 제게도 아주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 Q: "상대역이 유부녀 배우?"
A: "처음엔 '아, 또 유부녀야~!' 한숨"


'나쁜남자'에서 김남길은 유부녀 배우인 한가인, 오연수와 멜로 연기를 펼친다. 그는 지난해 '아줌마 닷컴 선정 섹시남' 1위에 올랐었다. 새 드라마가 뜨면 그는 '미시계의 아이돌'이 될지도 모른다.

김남길은 '선덕여왕'에서의 이요원에 이어 유부녀 배우와 멜로 연기를 펼치는 소감을 묻자 "인생 선배라 배울 점이 많다. 앞으로도 결혼한 분들과 멜로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본심일까. 술잔이 네댓 잔 돌아가자 다른 대답이 나왔다.
"저도 캐스팅 소식을 듣고 솔직히 처음엔 '아~ 또 유부녀야!' 했어요."

한가인의 남편인 배우 연정훈을 만나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요. (몰입을 깰까 봐) 일부러 더 안 만나려고요" 라고 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가 유부녀라서 좋은 점'을 늘어놓았다. 남편이 누군지 다들 알기 때문에 스캔들이 날 염려가 없다, 작품을 위해 밖에서 따로 만나도 주변 시선 의식할 필요 없다…. 작품 찍고 스캔들 난 적 있느냐고 물었더니 잠시 고민하다가 "'미인도' 때도 그렇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26일 제주도 해비치 호텔에서 진행된 드라마 '나쁜 남자' 촬영현장에서 배우 김남길은 액션전문 스턴트맨 심건욱 역을 맡아 액션 신을 선보였다. 굿스토리 제공


▶ Q: "그런데 수염 계속 기를 거야?"
A: "밀려고 하는데…"

비담의 여운을 가져가려는 것일까. 비담이 죽은 지 100일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장발에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그래서 "수염은 계속 기르나. 요새 당신이 주연한 영화 '폭풍전야'와 '나쁜남자' 홍보가 겹치고 있는데 사진을 보면 캐릭터 구분이 안 된다"라고 말해주었다. 인터뷰에 합석한 사람들에게서도 "채널 선택권을 쥔 주부들은 수염 기른 남자를 싫어한다" "아가씨도 마찬가지다"라는 조언이 쏟아졌다.

"드라마 6회까지만 기르고 밀 거예요. 수염은 흔적만 있게. 6회 이후 분위기 변화가 있어요. 선덕여왕을 끝내고 머리도 자르고 수염도 밀고 싶었는데, 자꾸 수염을 길러야 하는 역할이 들어오니까…."

▶ Q: “베드신 소감은?”
A: “그저 열심히 연기할 뿐”


기자는 제주도에 오기 전날(지난달 24일), 그가 주연한 영화 '폭풍전야' 시사회에 갔었다. 거기서 그에게 베드신 연기 소감을 물었다. 격정 멜로라고 알고 갔는데 베드신이 애잔하고 서글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사회 이후 나온 관련 기사들의 제목은 대부분 '김남길의 베드신 격정 소감'으로 다소 과격하게 잡혔다.

이에 대해 김남길은 고개를 푹 숙이더니 "전 그저 열심히 연기한 건데…" 하고 한숨을 쉬었다.

'나쁜남자'에서도 베드신이 나온다. 그의 상대는 '누님' 오연수다. 이형민 감독은 김남길과 오연수의 베드신에 대해 "영화 '은밀한 유혹' '원초적 본능' 정도의 때깔은 나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 Q: "바바 CF 보고 한참 웃었다"
A: "진지했는데…"


김남길은 'CF 스타'로도 주가가 높다. 최근에는 웅진식품 '할리스 커피온바바'와 '신한카드' 광고를 찍었고 조만간 유명 맥주 광고 모델로도 나선다.

누군가 "신한카드 CF를 봤다"고 인사하자 그는 밝은 표정으로 "아 그게 정말 기분 좋게 찍었어요. 촬영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했고, 좋은 배우들(송강호, 김하늘)과 함께해서 좋았다"고 답했다.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서 히트 친 커피온바바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광고 속에서 김남길은 이국적인 복장을 하고 청계천에 우뚝 서서 인스턴트커피를 들고 가는 여인에게 '큐피트의 화살'을 닮은 '커피콩 화살'을 쏘아댄다. 광고주인 웅진식품에 따르면 세계로 커피를 전파시킨 17세기 인도승려 바바 부단(Baba Budan)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광고는 김남길의 입 모양에 어색한 외국 성우의 더빙을 덧씌워 웃음을 자아냈다.

"성가대 옷(?) 입고 동아일보사 옆에서 커피콩을 쏘던데…"라고 운을 떼자 그는 당황했다. 그러면서도 "광고가 웃긴 구석이 있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진지했다"고 말했다.
"일본에 머물 때 광고 섭외가 왔는데, 컨셉트가 상당히 진지했어요. 저도 공감한 부분이 있어서 그 옷을 입고 진지하게 연기한 거죠."

웅진식품 커피온바바 장미리 브랜드매니저는 "바바를 모험심과 호기심이 강한 인물로 보고 이에 맞는 유머러스한 모델을 찾던 중 김남길을 만났다"며 "메시지의 명확한 전달을 위해 성우 더빙을 했으나 김남길의 목소리가 워낙 좋아서 본인 목소리를 입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26일 제주도 해비치 호텔에서 진행된 드라마 '나쁜 남자' 촬영현장에서 스턴트맨인 건욱 역의 김남길은 촬영 도중 우연히 호텔을 지나던 재인(한가인)을 엑스트라로 오해해 칼을 겨누고 위협한다. 굿스토리 제공


▶ Q: "한류스타 부럽지?"
A: "한국 팬이 좋아"


배우 김남길에 대한 이형민 감독의 신뢰는 상당했다. 이 감독은 "제 감인데, 김남길은 아시아 최고 스타가 될 것 같다"며 "우리 드라마가 느와르 멜로인데, 남길 씨가 군대 다녀와서 '무간도' 풍의 영화를 찍는다면 아시아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류스타로 뻗어나가는 욕심, 김남길도 크지 않을까. '선덕여왕'은 일본 후지TV에서 방송 중이다. '나쁜 남자'는 내년 3월 NHK를 통해서도 방송된다.

"비담이 '일본 만화 캐릭터랑 비슷하다, 일본에서 통할 것이다'는 평가를 받아요. 글쎄 기회가 닿으면 자연스럽게 (진출하게) 되겠지만, 나는 아직은 한국 팬이 더 좋으니까…."

김남길을 오래 잡고 있었던 탓에 다른 테이블에서 항의(?)가 들어왔다. 너무 한 곳에만 앉아 있지 말라는 여기자들의 항의였다.

● 에필로그…

다른 테이블로 떠난 김남길은 거기서 "연상의 여인이 좋다. 위로 10살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해 많은 누님들을 흐뭇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얼굴도 잘생겼는데 말까지 예쁘게 한다" "볼수록 매력 있다" "목소리가 '내 귀의 캔디'다" 등 찬사가 쏟아졌다고. 일부 남자 기자들이 "그래봤자 그림의 떡"이라고 조소했으나 이미 '김남길 바이러스'에 걸린 그녀들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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