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해냈다” 안산 신한은행 선수단이 2009∼2010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삼성생명과의 4차전에서 승리하며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후 우승 기념 모자를 날리며 환호하고 있다.

 “또 해냈다” 안산 신한은행 선수단이 2009∼2010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삼성생명과의 4차전에서 승리하며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후 우승 기념 모자를 날리며 환호하고 있다.


수술한 무릎 테이핑 챔프전 부상투혼

트로피 받자 엉엉…후배들 향해 큰절

신한 큰언니 있기에 삼성에 78-72 V

“난 한 것도 없는데….” 챔피언결정전 MVP가 호명되자 전주원(38·안산 신한은행)이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40분 풀타임 출전에 3득점· 5어시스트, 4리바운드. 이름값을 보자면 저조할 수도 있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신한은행 임달식(46) 감독은 “전주원은 코트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팀에 기여하는 선수”라고 했다. MVP 트로피를 받은 전주원은 후배들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동료들과의 뜨거운 포옹. 전주원의 눈에서는 참아왔던 눈물이 터졌다. 6일, 안산 와동실내체육관에서 열린 ‘THE Bank, 신한은행 2009-2010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 4차전. 신한은행이 삼성생명을 78-72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4년 연속 통합우승의 위업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지난 시즌이었다. 경기 중, 상대 선수의 팔꿈치에 맞아 전주원의 이마가 찢어졌다. 핏물이 흘렀다. 항상 웃는 낯이었던 그녀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벤치로 들어간 그녀는 이마에 붕대를 감고 다시 코트에 섰다. 신한은행을 승리로 이끌고, 인터뷰실에 들어 선 전주원에게 물었다. “정규시즌 한 경기 안 뛴다고 우승 못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악착같이 뛰냐?”고. 그녀는 “다리를 다친 것도 아닌데, 이 정도 부상은 축에도 못 낀다”며 웃어 넘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축에 끼는’ 부상이었다. 2010년 2월. 전주원은 왼쪽 무릎 반월판 연골이 찢어졌다. 뛰는 게 문제가 아니라 걷는데도 통증이 있었다. 2월18일 비밀리에 수술대에 올랐다. “후배들에게 영향을 줄까봐 일부러 알리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의사는 “6주 이후에야 코트에 설 수 있다”고 했지만, 그것은 소견일 뿐. 전주원은 또다시 무릎에 테이핑을 하고 챔피언결정전 출장을 강행했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내년이면 나도 학부형인데…. 내가 미친 것 같다”는 말을 남긴 채.

그녀는 항상 최고였다. 20년 가까이 한국여자농구의 대표 포인트가드였고, 세계무대에서도 통하는 선수였다. 2000시드니올림픽에서는 한국농구의 올림픽 출전사상 첫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며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를 더 빛나게 하는 것은 화려한 기술을 든든하게 받친 정신력이었다. 2001년 십자인대가 끊어졌을 때 기나 긴 재활을 거쳐 재기에 성공했고, 2004년 임신으로 은퇴 한 뒤에도 1년 뒤 복귀해 다시 정상에 섰다. 이후 부상투혼은 전주원의 주요레퍼토리. 4차전에서 18점으로 분전한 최윤아(25·신한은행)는 “수술을 하고도 저렇게 뛰는데 내가 (무릎이) 아픈 것은 말조차 할 수 없었다. 앞으로 이런 선수는 다시 못나올 것”이라고 울먹이며, 우승의 공을 전주원에게 돌렸다.

안산|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