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힘빼고 ‘똥볼’…배영수 부활쇼

입력 2010-04-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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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동아DB

직구 버리고 변화구 위주로 ‘스타일 변신’

제구력 살려 완급조절…넓어진 S존 덕도

감독들 “찬호처럼 영리한 피칭했다” 감탄

삼성 배영수(29·사진)의 부활투가 화제다. 7일 대구 넥센전에 시즌 2번째로 선발등판해 7이닝 6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첫 승을 따낸 그의 투구를 놓고 이튿날 대구구장은 물론 잠실구장에서도 찬사가 터져 나왔다. 하루 전 배영수의 피칭이 과연 어떤 측면에서 이목을 끈 것일까. 넥센전에서 배영수의 직구는 최고 구속이라야 고작 137km에 지나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똥볼’, ‘아리랑볼’이었다.


○스로워(thrower)가 아닌 피처(pitcher)로 변신!

2007년 1월 팔꿈치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기 전 배영수의 직구는 시속 150km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재기를 선언하고 2008년부터 다시 마운드에 오른 뒤로 직구 구속은 140km 안팎으로 확 줄었다. 수술 후 통상적으로 3년내 스피드를 회복하지 못하면 평범한 투수로 전락한다. 배영수도 이 사실을 잘 알기에 여전히 구속 증가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그런 제자에게 최근까지도 “위력이 떨어진 직구에 연연하지 말고 투구패턴을 바꾸라”고 주문해왔다.

7일 선 감독은 “어제처럼 맞혀 잡는 피칭으로도 충분하지 않느냐. 올해 스트라이크존이 좀 넓어진 덕도 봤겠지만 제구력을 살려 완급을 조절하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며 배영수의 피칭을 후하게 평가했다.

배영수는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31일 광주 KIA전에서도 5이닝 3안타 1볼넷 1실점의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훌륭한 투수는 안 좋은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좋을 때는 누구나 잘 던진다”며 “(위력이 없어) 타자들이 딱 치기 좋은 볼이었지만 배영수가 영리한 피칭을 했다”고 칭찬했다.

투수라면 누구나 볼을 던질 줄 안다(thrower). 하지만 자신 또는 포수가 원하는 구질을,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있어야 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pitcher).


○스피드가 전부는 아니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제구력 위주의 피칭을 하더라. 투수는 스피드가 전부가 아니다.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가 필요하다”며 “박찬호도 힘으로만 던지던 투수였는데 어디에 넣을지 고민하면서 제구력이 좋아졌다. 모두 싸울 줄 아는 투수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배영수의 변신을 높이 평가했다. 한화 한대화 감독도 “(스피드가 떨어지는 직구를 버리고) 변화구 위주로 바뀌었더라”고 감탄했다. 아울러 김 감독은 배영수와 함께 KIA 서재응, 두산 김선우도 올 시즌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변화구 위주의 피칭으로 새로운 면모(가능성)를 보여주고 있는 사실을 거론하며 “프로야구의 그림이 좋아졌다”고 흐뭇해했다.

대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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