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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력 살려 완급조절…넓어진 S존 덕도
감독들 “찬호처럼 영리한 피칭했다” 감탄
삼성 배영수(29·사진)의 부활투가 화제다. 7일 대구 넥센전에 시즌 2번째로 선발등판해 7이닝 6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첫 승을 따낸 그의 투구를 놓고 이튿날 대구구장은 물론 잠실구장에서도 찬사가 터져 나왔다. 하루 전 배영수의 피칭이 과연 어떤 측면에서 이목을 끈 것일까. 넥센전에서 배영수의 직구는 최고 구속이라야 고작 137km에 지나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똥볼’, ‘아리랑볼’이었다.
○스로워(thrower)가 아닌 피처(pitcher)로 변신!
2007년 1월 팔꿈치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기 전 배영수의 직구는 시속 150km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재기를 선언하고 2008년부터 다시 마운드에 오른 뒤로 직구 구속은 140km 안팎으로 확 줄었다. 수술 후 통상적으로 3년내 스피드를 회복하지 못하면 평범한 투수로 전락한다. 배영수도 이 사실을 잘 알기에 여전히 구속 증가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그런 제자에게 최근까지도 “위력이 떨어진 직구에 연연하지 말고 투구패턴을 바꾸라”고 주문해왔다.
7일 선 감독은 “어제처럼 맞혀 잡는 피칭으로도 충분하지 않느냐. 올해 스트라이크존이 좀 넓어진 덕도 봤겠지만 제구력을 살려 완급을 조절하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며 배영수의 피칭을 후하게 평가했다.
배영수는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31일 광주 KIA전에서도 5이닝 3안타 1볼넷 1실점의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훌륭한 투수는 안 좋은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좋을 때는 누구나 잘 던진다”며 “(위력이 없어) 타자들이 딱 치기 좋은 볼이었지만 배영수가 영리한 피칭을 했다”고 칭찬했다.
투수라면 누구나 볼을 던질 줄 안다(thrower). 하지만 자신 또는 포수가 원하는 구질을,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있어야 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pitcher).
○스피드가 전부는 아니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제구력 위주의 피칭을 하더라. 투수는 스피드가 전부가 아니다.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가 필요하다”며 “박찬호도 힘으로만 던지던 투수였는데 어디에 넣을지 고민하면서 제구력이 좋아졌다. 모두 싸울 줄 아는 투수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배영수의 변신을 높이 평가했다. 한화 한대화 감독도 “(스피드가 떨어지는 직구를 버리고) 변화구 위주로 바뀌었더라”고 감탄했다. 아울러 김 감독은 배영수와 함께 KIA 서재응, 두산 김선우도 올 시즌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변화구 위주의 피칭으로 새로운 면모(가능성)를 보여주고 있는 사실을 거론하며 “프로야구의 그림이 좋아졌다”고 흐뭇해했다.
대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