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가족”… KIA선수들의 KIA 車 사랑
야생생활을 하다보면 종종 프로선수들과 비슷한 시간에 야구장을 떠나 퇴근한다. 잠실이나 목동은 선수들과 차를 주차하는 곳도 비슷하다. 주차장에서 마주치는 선수들을 보면 유니폼을 벗자 더 매끈하게 드러나는 건장한 체구, 그리고 그를 기다리고 있는 잘빠진 ‘애마’가 눈에 들어온다.
‘이야, 차 죽인다! 이름이 뭐지? 도대체 얼마나 할까?’소리에 질투가 났는지 초등학생보다 나이가 많은 내 자동차가 평소보다 더 격하게 온 몸을 떨며 엔진에 불을 붙인다.
주차장 입구에 진을 친 팬들은 앞선 선수의 차는 사진 찍고 사인 받고 그렇게 못살게 굴더니, 내 차는 종류만 보고도 단번에 야구선수가 아닌 ‘관계자’임을 알아채고 순식간에 길을 터준다. 역시 프로야구 선수는 베이스볼 키드 뿐 아니라 아저씨에게도 여전히 큰 로망인가 보다.
38세 퇴직 위기 ‘삼팔선’은 프로야구선수들에게는 반대로 훈장과도 같다. 그만큼 정년이 짧은 직업이다 보니 더 몸을 아끼고 자동차도 안전에 대한 투자로 여겨 고가의 외제차를 많이 이용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예외는 있었다. 광주구장 선수주차장에서는 좀처럼 외제차를 구경 할 수 없었다. 퇴근길에 나선 최희섭은 오피러스에 오르고, 김상현은 모하비에 시동을 켠다. 뒤이어 나온 나지완도 오피러스, 서재응도 다시 모하비 등등. 그랬다 KIA 선수들은 대부분 KIA자동차를 타고 있었다. 물론 100%%는 아니다. 최고참 이종범은 해외 글로벌브랜드 세단을 주로 탄다. 하지만 집에 KIA 차가 한 대 더 있단다. 몇 해 전 FA대박을 터트린 장성호도 KIA차는 아니지만 같은 식구 현대차를 몬다. 몇몇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왜 다들 기아차를 타죠?” 돌아온 답은 대부분 같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할인 혜택도 있는데다가 특히 ‘우리회사’에서 만든 자동차잖아요.”
확인해보니 할인율은 억대 연봉 선수에게 크게 매력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선수들은 KIA 직원이 아닌 개인사업자들이다. 그러나 팀에 대한 그들의 깊은 사랑 앞에 그런 것들은 중요치 않았나 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