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스타터였던 두산 김선우가 달라졌다. 올시즌 4경기에서 벌써 2승(1패)을 챙겼고, 3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17일 잠실 롯데전 승리 투수가 된 김선우가 6회 2사 만루에서 삼진으로 위기를 막아낸 뒤 기뻐하고 있다.
4경기서 퀄리티스타트 3회…두산 김선우 부활 비결
“고비 넘길줄 알아야 더 좋은 투수 된다”김경문 감독 실점 위기서도 교체 안해
에이스,벤치 신뢰 부상투혼으로 화답
두산 김선우(33)가 달라졌다. 원래 시즌 초반 주춤하다가 후반기부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슬로스타터였지만 올 시즌에는 4경기 선발 등판해 벌써 2승(1패)을 챙겼다. 비단 성적뿐만이 아니다. 4경기 중 총 3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김선우는 “운이 잘 따랐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선발투수로서 팀을 위해 내가 해줘야 할 부분이 있고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를 앙다물었다.
○퀄리티스타터로 변모
김선우는 3월 30일 목동 넥센전에서 6이닝 7탈삼진 1실점, 4월 6일 잠실 한화전에서 6이닝 4탈삼진 1실점, 17일 잠실 롯데전에서 6이닝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11일 잠실 LG전에서 5.2이닝 6실점한 것을 제외하고 모두 퀄리티스타트였다.
위기는 많았다. 피안타율이 높아 번번이 1사 1·2루, 1사 2·3루 등을 만들었다. 17일 잠실 롯데전에서는 4-1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6회 2사 만루를 허용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김선우를 교체하지 않았다. 18일 김 감독은 “고민했지만 불펜의 하중이 심해질 것 같았고, 그런 위기를 넘길 줄 알아야 김선우가 더 나은 투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선우도 “적어도 6이닝은 내가 책임져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투수도 위기관리능력이 생기고, 힘들 때도 6이닝씩을 던져 버릇해야 컨디션이 좋을 때 7이닝, 8이닝까지도 소화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그런 상황에서 불펜투수부터 생각했고, 위기 때마다 내려갔더니 그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때 힘이 부쳤다. 올해는 그것을 뛰어넘자고 생각했다”고 지난해와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에이스로서 책임감
김선우는 현재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니다. 11일 잠실 LG전에서 정성훈의 타구를 잡다가 오른쪽 검지손가락에 타박상을 입었다. 그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볼 컨트롤할 때 가장 중요한 손가락 부상이 적잖이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그는 내색하지 않고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오히려 “힘 빼고 던지라는 하늘의 계시인 것 같다”며 농담을 건네는 여유를 보였다.
이유는 하나, 에이스로서 책임감이다. 김선우는 “불안하게 5이닝 던지고 빠질 때는 몰랐다. 지금은 감독님이 날 믿어주니까 나 역시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승은 운이 따라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난 그냥 열심히 던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잠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