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야구 롤러코스터] 취객과 말다툼…로이스터 알고보니 거친 남자

입력 2010-04-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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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밤중에 홍두깨’였어요. 때아닌 눈보라로 게임이 취소되고, SK와 삼성은 5연승·5연패로 희비가 엇갈려 지난주에도 화제 만발이었어요. 그래도 빅뉴스는 뭐니 뭐니 해도 KIA와 두산이 장성호-김상현의 맞트레이드를 시도한 소식이에요. 스포츠동아 단독 보도였어요. 재미난 사실은 첫 제보자가 양 구단 관계자가 아닌 제3자였다는 것이에요. 트레이드란 비밀스럽고 은밀하게 진행하는 법인데, 두 팀 다 참 희한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 같아요. KIA가 미적대면서 이 트레이드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그머니 넘어갈 듯한 분위기고요.》

# 사장님이 바쁘셔서….

KIA가 장성호 트레이드를 놓고 갈팡질팡이에요. 그동안 선수에게는 살 길을 열어주고, 구단은 전력을 보강하는 최선책을 찾느라 고심했대요. 장성호는 진작 마음 떠났어요. 구단도 상처가 크지만 옛정도 있고 앞길은 막지 말자고 결심했어요. 그리고 갖은 노력 끝에 두산과 카드를 맞췄어요. 하지만 막상 결행하려는 순간 엉뚱하게도 늑장대처가 발목 잡아요. 발표 전 알려졌다지만 현장에서 원하고 있는 만큼 잘 마무리했으면 별탈 없어요. 일부 팬들은 당연히 아쉬워해요. 근데 장성호 본인이 먼저 “보내달라”고 한 일이에요. 트레이드는 언제나 비난이 뒤따라요.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면 돼요.

KIA는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전임 대표가 없어요. 모기업 대표이사가 구단 대표까지 함께 맡고 있어요. 다른 구단 사장들은 원정경기까지 함께 다니며 선수단 뒷받침해요. KIA 사장님은 홈경기 한번 보려면 서울에서 광주까지 달려가야 해요. 당연히 최고책임자가 결단을 내려야하는 모든 일의 의사결정이 늦어져요. 글로벌기업 사장님 안 그래도 정신없이 바쁘실 텐데 야구단까지 신경 쓰시기 얼마나 힘들겠어요. 각 구단 대표가 KBO에 모여 각종 사안 결정하는 이사회에도 유일하게 거의 참석하지 못해요. ‘현대’를 일군 정주영 회장은 생전 “해봤어?”라는 말을 직원들에게 자주했대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강한 추진력, ‘현대정신’의 상징이에요. 지금 KIA에 필요한 것은 “해봤어? 해보자!”라고 말할 수 있는 진짜 리더십이에요.

# SK에 이어 KIA에 당했다는 두산

두산, 지난해 4월 SK와 트레이드 얘기 있었어요. SK에서 먼저 전병두를 주축 카드로 제안했고, 두산은 오케이 했어요. 그런데 SK 아니래요. 또 다른 카드 내밀었고, 순진한 두산 또 고개 끄덕였어요. 그런데 SK, 이번에도 아니래요. 결국 불발 됐어요. 나중에 두산 분개했어요. “SK가 우리 갖고 장난쳤다”고요. SK는 한화에 똑같은 수법으로 다가갔다가 죽을 만큼 욕 먹었어요. 아무튼 SK 악몽이 있는 두산, 이번에는 KIA에 완전 뿔딱지 났어요. 자기네가 먼저 제안해놓고 오케이 했더니 이런, 기다려 보래요. 사장 사인 안 났느니 이런저런 핑계 대요. 기사 나오고도 ‘늦어져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없어요. 이번에도 당했다는 두산 최고위층 인사, 이렇게 말해요. “SK나 KIA나 우승하더니, 눈에 뵈는 게 없는 것 같다”고요.

# 와일드맨 로이스터 감독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평소엔 차분하지만 화를 낼 때는 불 같아요. 게임 중에도 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욕도 제법 잘 해요. 포수에게 몸쪽 볼을 던지게 하라고, ‘인사이드, 인사이드’를 외칠 땐 선수들도 깜짝깜짝 놀라요. 상대편 덕아웃에서 이 소릴 듣고, 몸쪽 볼 때릴 준비를 하는게 문제지만요.

로이스터 감독, 지난주 잠실게임 끝나고 취객과 구설에 올랐어요. 롯데 졌다고 화가 난 팬이 욕하며 달려들자 지지 않고 버텼다는 후문이에요. 옆에서 말리지 않았으면 한바탕 했을 것이란 말도 나와요. 하기야,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번 LG랑 벤치클리어링 때도 제일 먼저 뛰쳐나왔어요. ‘얌전한’ 국내 감독과는 여러모로 달라요.

# 큰형님 최동수의 절규

18일 광주구장. 게임 시작 1시간 전에 경기감독관이 우천취소 결정 내렸어요. LG 선수들, 담임선생님이 숙제 내주지 않은 날처럼 신났어요. “서울 빨리 올라가자”며 잽싸게 가방 싸요. 근데 한 선수, 덕아웃 난간에 매달려 고래고래 고함쳐요. “게임 왜 안 해∼!” 큰형님 최동수였어요. “게임 하자고∼!!” 다들 배꼽 잡아요. “나 오늘 4번타자란 말이야∼”라며 목청 높여요. 알고 보니 13일 잠실 삼성전 이후 시즌 2번째 선발출장하는 날, 그것도 4번타자로는 처음이에요. 작년 겨울 우리나이 서른아홉 살에 늦장가간 최동수에요. 새색시한테 뭔가 보여주고 싶은데 대타로만 나서요. 그런데 비로 게임 취소됐으니. 옆에 있던 박종훈 감독도 배꼽 잡아요. 그리고는 “팀 기밀 누설죄야. 벌금 300만이야”라며 엄포(?)를 놓아요. 최동수, 포기한 듯 가방 싸러 가면서 한 마디 툭 내뱉어요. “에이, 이거, 씁쓸∼하구만.”

# 눈에 가시가 돋쳐서….

요즘 두산전을 보면 TV 중계화면에 익숙한 사람 자주 보여요. 지난해 맹활약한 정수빈이에요. 겉보기와 다르게 악바리인 정수빈은 마무리훈련부터 열심히 땀 흘렸어요. 캠프에서도 밤낮 안 가리고 방망이 휘둘렀어요. 그런데 아뿔싸! 시범경기에서 탈 났어요. 타구 잡다가 펜스에 부딪치고 쇄골 부러졌어요. 엔트리에서 빠져요. 짜증과 아쉬움이 솟구쳐요. 혈기왕성해 뼈는 빨리 붙었는데 병원에서는 퇴원은 할 수 있지만 운동은 안 된대요. 그래도 꿋꿋하게 구장 나와요. 출퇴근 이유 물으니 구장이라도 안 나오면 몸이 근질거려서 ‘도·저·히’ 못 누워있겠대요. 야구를 하루라도 안 보면 눈에 가시도 돋는대요. 얼굴은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에요. 이유는 또 있어요. 두산은 잠시 자리를 비우면 바로 다른 인물로 채워지는 무시무시한 구단이에요. 라커룸에 얼굴 내밀면서 자신의 존재 계속 각인시키는 노력 필요해요. 어찌됐든 이번 주부터는 2군에서 훈련 들어간대요. 야구하게 된 게 그저 기쁜 ‘아기곰’이에요.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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