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스포츠동아DB
순간, 스탠드를 채우고 “전북”을 외치던 팬들은 일제히 일어나 그의 이름 석자를 연호했다.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남과 2010 쏘나타 K리그 10라운드 경기에서 팀을 절체절명의 패배 위기에서 구해낸 히어로는 이동국(31·전북)이었다.
경남에 선제골을 내줘 0-1로 뒤지던 전북은 최초 주어진 인저리타임(6분)이 모두 흐르고, 2분이 더 지나서야 골 맛을 볼 수 있었다. 로브렉이 시도한 회심의 슛이 골대 맞고 튕긴 것을 재차 머리로 밀어 넣은 것.
지난 주말 울산전에 이은 2경기 연속 득점이자 시즌 5호.
사실 98프랑스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출전을 노리는 이동국에게 이날 득점의 의미는 컸다. 단순히 국가대표팀 정해성 수석코치의 관전 때문이 아닌,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이동국은 울산 원정 경기 때 슛 연습을 하다가 오른쪽 허벅지 뒷 근육에 통증이 왔다. 경남전도 허벅지에 테이핑을 하고 출전했다.
당연히 전체적인 내용은 좋지 못했다. 전북의 원톱으로 나선 이동국은 겹겹이 쌓인 경남의 밀집 수비에 막혀 전반까지 슛을 한 차례 날린 데 그쳤다. 후반에도 4번이나 찬스가 왔지만 마지막 헤딩슛이 간신히 골 망에 걸렸을 뿐이었다. 경기 후 표정이 어두웠던 것도 이런 연유에서였다.
요즘 이동국은 프로 데뷔 후 가장 힘겨운 시험대에 올라 있다. 최근 발표된 월드컵 대표팀 예비엔트리 30인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여전히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박주영(AS모나코)-이근호(이와타) 등 해외파뿐 아니라 이승렬(서울)-염기훈(수원) 등 국내파와 최근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는 안정환(다롄스더)이 버티고 있어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물론 팀에도 소홀할 수 없다. 전북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등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있어 이동국에게 휴식이 거의 주어지기 어렵다. 전북 최강희 감독도 “워낙 일정이 빡빡해 동국이를 계속 출전시키고 있다”고 걱정한다. 이동국은 여전히 부상에 신경이 쓰인다. 2006독일월드컵 직전, 무릎 인대가 끊어져 월드컵에 나서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이동국은 “솔직히 부상이 걱정된다. 부딪혀야할 때는 부딪혀도 위험한 상황에서는 최대한 조심하려고 한다”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