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도 싹둑! 첫 타석 몸에 맞는 공. 2·3번째 타석에서는 안타와 2루타. 힘이 들만도 했다. 7일 사직 두산전 5회말 공격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이대호가 잠시 헬멧을 벗어 땀을 식히고 있다. 삭발 수준의 짧은 머리가 인상적이다. 사직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머리 짧게 깎고 농군패션 변신 “팀 승률 5할될 때까지 안바꿔”
7일 사직구장. 이날 덕아웃에서는 롯데 이대호(28)의 헤어스타일이 단연 화제였다. 그가 전날까지 멀쩡하던 머리를 삭발에 가깝게 자르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유를 묻자 “왜긴요. 야구를 잘 하려고요”라는 단순명료한 대답이 돌아왔다. 일부러 표정까지 험악하게 짓고는 “지금 내가 멋을 부릴 때가 아니다. 타석에서 좀 무서워 보이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7일까지 그의 시즌 타율은 0.366. 홈런을 7개나 때려냈고 30타점을 기록 중이다. 개인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성적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팀이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머리를 짧게 잘랐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이날 유니폼 바지를 짧게 자른 뒤 양말을 무릎까지 올려 신는 일명 ‘농군패션’을 했다.
이대호는 “내가 농군패션을 진∼짜 싫어하는데 팀 승률이 5할이 될 때까지 하려고 한다”고 공언했다. “못 하면 올 시즌 끝날 때까지 농군패션을 안 바꾸겠다”며 남다른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곧 “사실(농군패션을) 며칠 안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점점 안정돼 가고 있는 팀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이대호의 예언(?)은 딱 맞아떨어졌다. 롯데는 조정훈이 1회에만 4실점하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갔지만 타선이 폭발하며 13-7의 대승을 거뒀다.
이대호도 한 방은 없었지만 3타수 2안타 1타점의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그는 1회 첫 타석에서 몸에 맞는 볼로 걸어나갔고, 2회에는 2사 1루에서 좌전안타를 때려내며 득점 기회를 이어갔다. 4회 1사 1루 때는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절묘한 2루타를 치며 선행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5회도 볼넷으로 출루. 5타석 중 4타에서 출루하며 끊임없이 찬스를 만들어나갔다. 이대호는 이날 2안타를 추가하며 홍성흔과 함께 최다안타 공동 1위(45개)에 올라섰다.
그는 경기 후 “우리 팀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주는 것 같다. 팀이 이겨 좋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개인타이틀보다 팀의 승리에 더 중점을 두는 그다운 소감이었다. 물론 타이틀에도 욕심을 드러냈다.
이대호는 “(홍)성흔이 형 뒤에서 내가 치니까 타격 1위 타이틀을 따기 위해 지구 끝까지라도 따라 가겠다”며 이를 앙다물었다.
이 얘기를 옆에서 듣던 홍성흔도 “만약 그렇게 돼서 내가 2년 연속 타격 2등을 해도 영광이겠다”고 화답. 같은 집안의 타격 경쟁에 롯데는 5월 신바람이 나고 있다.
사직|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