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기자의 베이스볼 벤치스토리] 유한준 “나를 키운 건 8할이 가족”

입력 2010-05-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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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준. 스포츠코리아

넥센 유한준(29·사진)은 아버지 유금석(58)씨, 어머니 윤수자(56) 씨, 아내 이주혜(28) 씨의 이름을 또박또박 말했다. 유한준이라는 선수를 만들고, 이끌고, 일으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 은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만 더 기다리면 이 명단에 한 명이 추가된다. 곧 첫 울음을 터뜨릴 딸 ‘랑이’다.


● 좋은 선수로 키워 낸 아버지와 어머니

초등학교 시절, 야구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에 다녔다. 푸른 잔디 위의 빨간 해태 유니폼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

평생을 교직에 종사한 아버지는 아들이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털어놓자 “좋은 선수, 그리고 좋은 사람이 돼라”고 했다. 야구를 반대했던 어머니도 확고한 아들의 결심에 마음을 돌린 후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 했다. 부천에 살던 가족은 아들이 수원 유신고에 진학하자 다같이 이사까지 했다.

아버지는 이제 교사로 정년퇴임을 1년 남겨뒀다. 유한준은 “지방을 돌아다니시면서 교장·교감이 되셨어야 했는데 내 곁을 지키기 위해 포기하셨다. 그게 가장 죄송하다”며 마음 아파했다. 어머니의 마음도 애절하다. 아직도 아들의 경기는 떨려서 보지 못한다. 아들을 만나도 당부하는 건 “잘 해라”가 아니다. “다치지 말고 건강해라. 자신감을 가져라.” 그게 전부다.


● 책임감을 선물한 아내와 첫 딸

유한준은 대학 시절 만나 6년을 교제한 이 씨와 2007년 11월에 결혼했다. 그리고 2008년 4월 상무에 입대했다. 김시진 감독과 함께 1년 더 해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팀이 히어로즈로 바뀌면서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신혼 5개월 만에 떨어지게 된 아내는 애써 “남자 친구도 군대 보내본 적 없는데 남편을 보내게 됐다”며 웃었다. 하지만 훈련소 문 앞에서 기어이 눈물을 쏟았다. 울고 있는 장모와 아내를 바라보는 마음이 편했을 리 없다.

그래도 그가 결혼 후 입대를 결심한 이유가 있었다. 군대에서의 2년을 책임감 있게 보내고 싶어서다.

“저만 생각하고 운동했다면 이만큼 절실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내게 아내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경쟁력을 갖춰야겠다는 각오가 생겼어요. 입대 후 나 자신은 물론 다른 모든 선수들에게 ‘내가 어떤 선수인가’부터 물었고, 그 자극을 바탕 삼아 이를 악물었죠.”

무명 시절부터 묵묵히 지켜봐 준 아내는 늘 그를 위로하고 다독였다. 그는 “아내는 참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며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 26일, 유한준 부부는 부모가 되기로 예정돼 있다. 예비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첫 손녀의 이름을 지어 줄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유한준은 말했다. “내가 지금 행복한만큼 앞으로도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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