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사직구장. 7∼8일 이틀 연속 홈런포를 때려내며 타점기계를 재가동한 롯데 홍성흔은 최근 맹타의 비결을 질문 받고는 “내 앞뒤로 잘 치니까 투수들이 나랑 무조건 정면승부를 해. 집중을 안 할 수가 없어”라며 특유의 너스레를 떨었다. 올 시즌 거의 모든 타격 부문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지만 2번 손아섭(타율 0.351)과 4번 이대호(타율 0.378)가 더 잘 하고 있다는 겸손한 얘기였다.
때마침 이대호가 방망이를 들고 덕아웃으로 들어섰다. 홍성흔은 “오! 우리 팀 4번 타자”라고 그를 반겼지만 이대호는 “지구 끝까지 쫓아갈 거야”라며 눈을 흘겼다. 홍성흔과 타점, 최다안타, 타율, 홈런 등에서 1·2위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발언. “3번타자한테 질 수 없잖아”라는 도발적인 말도 서슴지 않았다. 홍성흔도 지지 않고 “거봐. 쫓아온다잖아. 무서워서 도망가야 돼”라고 응수했지만 결국 둘의 만담은 이대호의 승리(?)로 끝났다. 이대호가 대뜸 “이제 감독님이 시즌 후반에 봐주는 것 없다”며 으름장을 놓은 것.
홍성흔이 지난해 LG 박용택과 타격왕 경쟁을 할 때는 특별관리를 받았지만 타격왕 집안싸움에서는 그런 배려가 없으리라는 한 방이었다. 말발로는 어디 가도 안 빠지는 홍성흔이지만 이대호의 일격에는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사직|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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