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 뒷담화 이제는 말해 볼래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5월 달력은 정말 화려해요. 야구장도 마찬가지에요. 선수들 뛰는 모습, 치어리더들 웃는 모습. 아, 끝내기 안타까지 터져요. 심장이 멎을 것 같아요. 야구장 구경, 정말 신나요.막창 먹은 것이 탈 났나봐요…여차하면 쌀거 같아요
버스 내려 화장실 가다 사인요청 ‘헉’…마른땀 ‘줄줄’
고원준 코피 투혼은 넥센 질주의 전주곡이었나봐요
그날 경기는 비록 졌지만 다음 날부터 V행진했어요
# 안드로메다로 관광 간 MBC의 스포츠중계
9일 잠실구장에서 KIA-LG전 벌어졌어요. 1-3으로 뒤진 9회말 LG가 연속안타로 무사 1·2루 찬스 만들었어요. 긴장이 고조되는 순간이에요. 팬들의 심장 두근거려요. 근데 MBC는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아니 바로 일주일 전에도 들었던 익숙한 안내방송 날려요. ‘정규방송 관계로 어쩌고저쩌고…. 양해바랍니다.’ 시청자들은 양해할 생각 없는데, 일방적으로 양해하래요. 그리고는 양해 안 해도 중계방송 끊어요. 오후 7시52분이었어요. 잠시 후 조인성의 2타점 끝내기 안타가 터져요. 11분 후인 8시3분이었어요. 이런 시베리안허스키! 팬들은 안드로메다로 관광 간 MBC의 스포츠 중계방송 개념 때문에 열불 나요. 2일 사직 KIA-롯데전 때도 MBC는 똑같은 짓을 했어요. 그 때는 중계방송 끊고 5분 뒤에 롯데 장성우의 끝내기 안타가 터졌어요. 그때도 묘하게 KIA가 패했고, 포수가 끝내기안타 쳤어요. 시청자들이 더 열불 나는 건 다른 어디에서도 경기를 볼 수 없다는 것이에요. MBC는 자신들이 중계한다고 케이블TV나 다른 방송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놓아요. 자신들이 먹고 싶을 땐 먹고, 못 먹을 땐 남들도 못 먹게 침을 뱉어놓겠다는 것 같아요. MBC 파업하는데 왜 프로야구까지 희생양이 돼야 하나요? 차라리 드라마 재방송이나 하는 게 나아요.
# 진땀, 마른땀 다 흘렸어요!
어린이날이었어요. 숙소에서 대구구장까지 가는 길, 구단 버스를 탔는데 배 속에서 요란한 신호가 와요. 하루 전 먹은 막창이 탈이 났나 봐요. 일부러 전력분석용 TV에 온 신경을 집중해요. 그래도 아무 소용 없어요. 잘못하단 터질 것 같아요. 평생 처음이에요. 버스에서 ‘X’ 싸는 참사 벌어질 것 같아요. 버티다 버티다 결국 버스 세우고 눈에 보이는 건물로 뛰어 들어갔어요. 중간에 샐까봐 빨리 뛸 수도 없어요. 다행히 복덕방이 눈에 띄어요. 진땀 흘리며 들어갔더니, 주인 아저씨 반가운 마음에 사인해 달래요. 그럴 수 없어요, 한계에 다다랐거든요. 용무 해결하고 나니 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노랗게 됐던 얼굴은 그제야 제 색깔로 돌아와요. 아저씨한테도 기분 좋게 사인 해줬어요. 구세주 아저씨, 지사제 먹으라며 약까지 내밀어요. 고마워요. 택시 타고 야구장 오면서 가슴을 쓸어내려요. 잘못하면 어린이날 망신 살 수도 있었으니까요. 이상, 롯데 홍성흔 얘기였어요.
# 케이크도 사람 가려요
한화 김민재 코치, 딱 봐도 훈남이에요. 부리부리한 눈에 허스키한 보이스. 남자 중의 남자예요. 한창 때는 여성팬들 구름처럼 몰고 다녔어요. 요즘도 웬만한 선수 못지않아요. 지난 주말 한화와 넥센의 목동 3연전 첫 경기. 한화 라커룸에 케이크가 여러 박스 도착했어요. 류현진 거? 아니에요. 김태완 거? 그럴 리 없잖아요. 김 코치 팬들이 가져온 거래요. 일생 선물 한 번 받기 힘든 선수들에게는 참 부러운 시추에이션이네요. 근데 여기에 사연까지 있어요. 이 케이크를 보낸 팬, 김 코치가 롯데 선수일 때 롯데팬이었대요. SK 선수일 땐 SK팬이었고요. 한화에 왔으니 한화팬 된 거예요. 얼마 전 사직에서 롯데랑 한화랑 안타 51개 주고받으면서 지지고 볶을 때, 똑같은 케이크를 보내 응원했대요. 그날 한화는 초반에 질 듯 말 듯 하다 결국 이겨 버렸어요. 그래서 연패 중이던 한화에 주문을 걸기 위해 또다시 바리바리 싸서 보낸 거예요. 아쉽게도 그날은 이기지 못했어요. 대신 8일에 결국 연패 탈출했어요.
# 들어는 봤나요, 코피 투혼
코피 나는 경우 몇 가지 있어요. 코 후비다 너무 깊숙이 넣었을 때. 주제 파악 못하고 덤비다가 한대 맞았을 때. 잘못 맞으면 쌍코피 나기도 해요. 아, 이런 건 낯 뜨거워서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혼자서 쉬쉬해요. 하지만 영광의 코피도 있어요. 4월 30일 잠실 두산전이었어요. 넥센 번사이드의 공이 1회부터 좋지 않아요. 넥센 불펜에선 고원준이 몸 풀어요. 어라, 2회 투아웃부터 마운드에 올랐는데 갑자기 코피 ‘주르륵’이에요. 결국 휴지로 막고 다시 공 던져요. 긴장한 것도 같고, 요즘 너무 열심히 운동을 한 것도 같대요. 입단 2년 만에 온 기회 꼭 잡아야 하니까요. 결국 그 날 경기는 졌지만 다음 날부터 넥센은 6승2패에요. 고원준의 코피 투혼이 5월초 넥센 질주의 전주곡이었나 봐요.
# 오랜만에 맞은 막내 보니 코끝 찡해요
삼성 정인욱은 배영수를 쏙 빼닮았어요. 하지만 누군가 자기랑 닮았다고 하면 어색한가 봐요. 배영수 무심코 한마디 해요. “나랑 네가 뭐가 닮았냐?” 정인욱 곧바로 주눅 들어요. 어디 가서 얘기도 못해요. 배영수를 닮았어도 닮았다 말하지 못해요. 그래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나왔던 배우 서민정 닮았다고 ‘홍보’해요. 그래도 정인욱의 1군 합류를 누구보다 반기는 사람 있어요. 차우찬이에요.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막내라 그동안 잔심부름 도맡았거든요. 프로 4년차에도 원정 가면 새벽부터 스포츠신문 챙기러 돌아다니는 그 심정 누가 알겠어요? 하지만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가 봐요. 한편으로는 측은하기도 해요. 이러다 정인욱도 삼성에서 막내 노릇 4년 하는 건 아닌가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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