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으로 불리며 독주하던 SK의 연승행진도, 속절없이 고개만 숙이던 한화의 연패 행진도 끝을 맺은 한주였다. 묘하게 넥센이 SK의 연승을 제지하고 곧이어 한화의 연패도 끊어주면서(?) 히어로즈는 ‘이 주일의 영웅’이 됐다. 시즌 초반 고전하던 KIA는 주간 성적 5승1패로 선두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는데, 에이스 윤석민의 ‘살신성팀’이 밑바탕이 됐다.
○게임=KIA-LG전(9일 잠실)
1-3으로 뒤진 LG의 9회말 공격. KIA에 이틀 연속 덜미가 잡히며 4연패에 빠져있던 LG는 또 한번의 패배가 눈앞에 와 있었지만, 5연승을 달리던 KIA는 시즌 첫 주간 전승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 말처럼, ‘야구 몰라요’. 연속 안타 뒤 이진영의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붙은 LG는 계속된 1사 2·3루에서 조인성의 끝내기 안타로 4-3, 짜릿한 역전승을 챙겼다.
○선수=KIA 윤석민
4일 광주 한화전에 선발 등판, 5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던 윤석민(사진)은 8일 LG전 도중 조범현 감독을 찾아가 “예정된 불펜 투구 대신 실전에서 볼을 던지겠다”고 했다. 피로가 누적된 손영민과 마무리 유동훈, ‘필승 불펜조’가 쉬어야 하기 때문. 윤석민은 결국 1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세이브를 따냈다. 조 감독은 “동료들의 휴식과 연승을 위해 윤석민이 등판을 자청하며 팀 전체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에이스의 헌신을 높이 샀다.
○홈런=넥센 김민우(5일 문학 SK전)
1회와 3회 잇달아 좌전안타를 때렸던 김민우는 1-0으로 앞선 5회초 SK 선발 김광현을 상대로 좌월 1점 아치를 뿜었다. SK의 17연승을 제지하고, 김광현에게 뼈아픈 시즌 첫 패를 안긴‘천금같은 홈런포’였다.덕아웃에서 환호하던 그는 마치 온 세상을 가진 듯한 표정이었다. 달마도에 얽힌 ‘모정(母情)’까지 화제가 되면서 지난주 최고 홈런의 영예를 안았다.
○해프닝=KIA 박기남(8일 잠실 LG전)
‘국민 우익수’ 명성에 지레 겁을 먹었던 것일까. 박기남(사진)은 선두타자로 나선 5회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타구를 때린 뒤 이진영이 1루에 볼을 던지는 시늉만 했을 뿐인데, 급한 마음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루에 돌진했다. 물론 세이프. 벌떡 일어난 그의 얼굴엔 쑥스러운 듯 희미한 미소가 흘렀다.
○실책=LG ‘작은’ 이병규(7일 잠실 KIA-LG전)
2회초 2사 1루에서 KIA 안치홍의 안타 때 포구에 실패한 좌익수 이병규는 균형을 잃고 엉덩방아찧은 뒤 급한 마음에 어정쩡한 포즈에서 중계 플레이를 위해 달려온 유격수 오지환에게 볼을 던졌다. 엎친데 덮친다고, 볼은 오지환의 글러브를 맞고 다시 뒤로 흘렀고 그 사이 1루주자 김상훈은 홈까지 쇄도해 세이프됐다. 선취점 헌납.
○빅마우스=한화 한대화 감독
첫 날은 괴로워서, 둘째 날은 다행이라서. (5월 9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주중 3연전 첫머리였던 7일 11연패 뒤엔 마음이 아파서, 8일 연패를 끊은 뒤엔 기뻐서 술을 한잔 했다며)
[스포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