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진 대한민국 사진대전, 모텔서 출품작보고…

입력 2010-05-1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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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진대전, 돈받고 수상작 선정 ‘검은 거래’

대상 3000만-입선 300만원…모텔서 출품작 보고 ‘눈도장’
사무처장에 42명 4억 건네…이사장-심사위원 4명 공모
‘대상 3000만 원, 우수상 1500만 원, 입선 300만 원.’

국내 최대 사진 공모전인 ‘대한민국 사진대전’의 수상작 선정 과정이 온갖 부정으로 얼룩져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특정 출품자에게 상을 주는 대가로 수억 원의 금품을 챙긴 혐의(배임수재 등)로 한국사진작가협회 사무처장 김모 씨(55)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3일 밝혔다. 김 씨의 비리를 도운 협회 이사장 윤모 씨(72)와 직원 김모 씨(34), 심사위원 4명과 금품을 건넨 출품자 4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08년 4월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대상 수상을 부탁하는 진모 씨(63·여)에게서 3000만 원을 받는 등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협회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 사진대전과 ‘서울시 사진대전’에 작품을 낸 42명에게서 총 4억여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보통 대상 작품에는 3000만 원, 입선부터 우수상은 300만∼1500만 원을 챙겼다. 김 씨는 심사위원들을 협회 이사장실이나 모텔로 불러 미리 출품하는 사진 샘플을 보여주며 ‘눈도장’을 찍게 하거나 심사장에 여직원을 들어오게 한 뒤 상을 줄 작품이 나오면 자리에서 일어서는 방법으로 신호를 보내 특정 출품자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만들었다.

출품자들은 수상 경력을 쌓아 각종 사진대전 심사위원이나 초대작가로 활동하기 위해 사진대전 기획부터 심사위원 선정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실력자’ 김 씨의 유혹에 넘어가 돈 봉투를 건넸다. 이번에 입건된 4명의 심사위원은 다른 사진대전에의 심사위원 위촉이나 사진 강좌 소개 등에서 사무처장 김 씨로부터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수상작품 조작에 가담했다.

김 씨는 이렇게 챙긴 4억 원 대부분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의 범행 흔적을 숨기기 위해 수표로 돈을 가져오는 경우 이를 돌려주고 현금으로 가져오게 하거나 부하 직원의 가족 계좌로 송금 받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한국사진작가협회는 1993년 설립돼 현재 전국 회원이 6800여 명이다. 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사진대전은 국내에서 권위 있는 공모전으로 꼽히며, 수상자에게는 실적에 따라 초대작가 또는 추천작가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한편 김 씨는 지난해 1월 협회 측 공금 4900여만 원을 가로채고 2007년 11월 이사장 윤 씨로부터 이사장 당선 대가로 2000만 원을 받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 씨가 2007년 이전에도 수상작 선정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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