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 기자의 칸 스토리] 이창동-윤정희 “수상여부보다 작품성이 더 중요”

입력 2010-05-21 09: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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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해변에서 인터뷰를 갖는 배우 윤정희와 이창동 감독.

“수상은 전혀 기대하지 않습니다. 관객과의 소통으로 만족합니다.”

제63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시’의 이창동 감독은 황금종려상에 대한 주위의 기대에 대해 “수상은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공식 상영회 때의 반응이 수상의 바로미터가 되는 건 아니다. 박수를 몇 분간 쳤다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호평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시’ 공식 상영회 이튿날인 21일 오전 12시30분(한국시각) 이창동과 배우 윤정희가 칸 영화제 주상영관이 뤼미에르 극장 뒤편에 마련된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한국기자들과 만났다.

‘시’는 공식 상영회 이후 세계 유수 언론으로부터 높은 평점과 호평을 받으면서 수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 그러나 이창동 감독은 “경쟁이라는 것이 싫다. 영화를 경쟁하려고 만드는 것도 아니다. 막상 수상 못하면 또 부끄럽고 기분이 좋지 않다. 영화제는 올림픽처럼 승부를 겨루거나 기록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그냥 축제의 한 모양일 뿐”이라며 수상에 대한 추측을 경계했다.

윤정희도 “최근 영화로 인해 가장 행복했을 때가 2년 전 이창동 감독이 나를 위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였고, 촬영하는 내내 행복했다. 칸에 온다는 자체가 행복하고, 영화배우로서 자랑스럽다. 경쟁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상보다는 작품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은 이번에 두 번째 경쟁부문 진출인데 감회가 어떤가.


“사실 뭐 크게 다르지 않다. 경쟁은 싫다. 학교 다닐 때도 시험치는 게 싫었다.”


-경쟁이 싫다고 하면서 왜 출품하나.


“출품은 내가 하는 게 아니다. 내 입장에선 투자자와 제작자가 출품을 하자면 해야한다. 이번 영화도 제목도 ‘시’고, 배우도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를 수 있는데, 무엇으로 홍보하겠느냐는 말에 엮여버렸다. 외통수에 걸려버린 셈이다.”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 둘 중 하나를 받는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황금종려상이다. 아침에 니스 마르텡(Nice Martin)이란 신문에 난 기사를 봤는데, 제목이 ‘가슴의 종려상’이더라. 이런 상이 있다면 이걸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신문은 2007년 칸영화제 당시 ‘밀양’ 리뷰 기사에 전도연이 벤치에 누워 있는 포스터 사진을 게재하고 ‘배우도 지루해서 자고 있다’는 캡션을 달았던 신문이다.”(이창동)

“황금종려상을 타야 모든 스태프에게 좋은 것이다. 여우주연상은 나 혼자에게만 좋은 일인다. 내 배우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또 이창동 감독이 날 위해 시나리오를 쓰리라고 믿는다. 그 때 여우주연상을 타면 된다. 상은 큰 의미가 없다. 작품성이 더 중요하다.”(윤정희)


-레드카펫에서 ‘와인글라스’ 노래가 화제였다.


“보통 레드카펫할 때 해당영화의 OST를 틀어주는데, 우린 OST가 없어 극중 미자가 부른 노래를 선택했다. ‘와인글라스’는 망각의 노래고, 회한과 그리움, 이별에 관한 노래다. 우연히 들었는데, ‘이거다’ 싶었다.”(이창동)

“노래를 너무 잘 골랐다. ‘와인글라스’는 미자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의미가 굉장히 깊은 노래다.”(윤정희)


-극중 등장하는 시가 번역과정에서 뉘앙스까지 잘 담아내지 못해 아쉬었다.


“사실 문학을 번역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번역으로 시에 함축된 의미를 전달할 수 없다.”(이창동)

“극중 음담패설이 등장하는데, 우리 관객은 웃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웃지 않더라. 번역이 그 뉘앙스를 살리지 못해 좀 아쉬웠다.”(윤정희)


-‘시’가 국내에서 흥행성적은 좋지 않다.


“결과는 상관없다. 마음만 전달되고, 마음이 통하는 것만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럴 것이라는 믿음은 있다. ‘밀양’을 촬영할 때도, 전도연 송강호라는 당대의 배우지만 흥행이 잘 안될 거라 다들 그랬다.”


-언론과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데.


“내가 작가일 때,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지 직접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 또 작가가 이야기하게 되면 대중에게 작가가 말한 그 생각을 강요하게 된다. 그래서 안하는 것이다.”

칸(프랑스) |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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