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 기자의 칸 편지] 구경꾼서 ‘귀하신 몸’된 한국영화

입력 2010-05-21 19: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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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가 열흘째가 되면서 프레스센터가 급격히 한산해졌습니다.

어제(20일)까지만 해도 오전 9시(현지시각)에 문을 여는 프레스센터에 들어가기 위해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줄을 섰지만, 오늘은 줄 서 있는 기자들은 없었습니다.

덕분에 ‘대충’하던 보안검색이 강화됐습니다. 금속탐지기 검색은 물론 가방까지 열어보며 무기가 있는지 등을 살펴봅니다. 한국기자들도 개막 초반에는 40명에 이르던 것이 지금은 10명도 남지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 숙소를 함께 사용하던 기자의 귀국을 배웅하면서, ‘남은 자’의 마음으로 칸에서의 고된 하루를 되새겨보게 됩니다.

칸 영화제에서 한국기자는 과거 구경꾼이었지만 한국 작품이 자주 출품되고 수상까지 하면서 일거리도 많아졌습니다. 특히 올해는 한국영화가 다섯 편이나 출품됐지요. 영화 시사를 보고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하는 기본적인 일 외에도 여러 영화사나 단체 등에서 주최하는 파티와 행사 등에 참석합니다.

더구나 올해는 트위터를 보도에 활용하면서 일이 세 배는 늘어난 느낌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칸에서 보내는 ‘트위터 통신’이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부담감과 책임감이 ‘무럭무럭’ 커지고 있습니다.

시차도 기자들을 괴롭힙니다. 칸은 한국보다 7시간 늦습니다. 칸에서 아침은 서울에서는 오후, 즉 마감시간 즈음인 것이죠.

밤늦게까지 이어진 파티나 영화인들과의 술자리로 인해 두통이 심하지만 한국의 마감시간에 맞춰 기사를 보내기 위해선 새벽같이 일어나 프레스센터로 가야합니다. 이럴 때면 하루일과 시간이 20시간쯤 되는 것 같습니다.

살벌한 물가에 위축받기도 합니다. 대목을 만난 칸의 상점들은 영화제 기간엔 평소보다 2~3배를 높게 받습니다. 그나마 한때 1유로가 2000원에 육박하던 환율이 최근의 유럽경제의 불황으로 크게 떨어진 것이 큰 위안입니다.

칸의 하루가 고달파도 한국영화의 힘이 커졌다는 것을 느낄 때면 힘이 솟아납니다. ‘하녀’와 ‘시’ 공식 상영회에서 듣던 기립박수 소리도 뭉클함을 줬지만, 세계의 눈이 쏠린 레드카펫에서 울려 펴지던 최유나의 ‘와인글라스’는 피로를 일순 씻어주는 듯 했습니다.

올해로 63회째를 맺은 칸 영화제는 세계 최대·최고의 영화제입니다. 올해는 화산재, 경제불황 등으로 위축되지 않나 우려가 나왔지만, 축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은 듯 합니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영화제에 와야 되는 사람은 어떻게든 온다”고 말할 정도로 영화인들에게 칸의 위력은 여전히 대단합니다. 필름마켓에서 만난 해외마케팅업체 관계자들도 입을 모아 “전 세계의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세계최대의 영화시장을 놓칠 수 없다. 칸 반드시 와야 하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영화제에 한국기자로 취재에 나선다는 것, 몸은 고달프지만 ‘새로운 영화강국의 기자’라는 자부심으로 가슴 한구석은 벅차오릅니다.

칸(프랑스)|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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