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donga.com] to. 중학교 3학년 청용이를 기억하며

입력 2010-05-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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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대구FC 감독. [스포츠동아 DB]

“넌 유독 승부근성이 강했지…부담 갖지 말고 월드컵을 즐겨라”

청용아, 너를 처음 봤을 때가 도봉중 3학년 때였으니 시간이 참 빠르구나. 네 부친을 뵙고 ‘널 훌륭히 키워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버님께선 승낙을 하시면서도 일단 네 의사를 물어보고 추후 연락하시겠다고 하셨단다.

아마 알고 있겠지. 전남에서도 네게 관심을 갖고 있었으니 혹여 널 놓칠까봐 하루하루가 초조했다.

불안한 마음에 내 친구였던 김용운 감독(이청용의 초등학교 은사)에게 아버님을 잘 설득해달라고 간청도 했었는데. 다행히 네가 우리 팀에 들어온다고 결정했을 때, 난 기쁜 내색을 하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정말 날아갈 듯 했다.

청용아, 내가 처음 한 ‘자신 있느냐’는 물음을 기억하지. 넌 주저 없이 ‘예’라고 답했지.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침착함과 뭔가 남다른 게 있다는 조금은 무서운 인상까지 받았다.

어려운 2군 시절도 잘 극복했고, 귀네슈 감독의 무한 신뢰 속에 넌 무럭무럭 성장했다. 간혹 필드에서 거친 모습을 보였을 때 난 너를 크게 혼을 냈지만 푸근함 속에 숨겨진 비수의 날카로움을 느꼈다.

볼턴에서 성공기를 쓰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이렇듯 빨리 해외 진출을 할지 생각은 못했다. 하지만 승부근성, 내적 강인함, 자신감, 스스로를 믿는 마음가짐 등 멘탈리티가 워낙 뛰어나니 더욱 크게 성장하리라 믿는다.

늘 네가 자랑스럽다. 월드컵은 결코 쉽지 않을게야. 기대가 워낙 크니 부담도 크지. 하지만 편안하게 즐기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부상을 늘 유념하고. 좋은 경험, 최고의 기쁨을 만끽하거라.


from. 이영진 대구 FC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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