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쟤는 왜 저기 서 있었던 거야?”
1일 문학구장. 한화 한대화감독이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주전 3루수 송광민이 수비 훈련 도중 쓰러졌기 때문이다. 프리 배팅 중이던 최진행의 타구에 오른쪽 허리 윗부분을 맞은 게 화근.
꽤 오래 그라운드를 뒹굴며 일어나지 못한 탓에 덕아웃에 있던 트레이너들까지 모두 달려 나갔다. 순간적으로 큰 부상을 염려했을 만큼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문제는 송광민이 타구에 맞은 장소가 내야 한복판이었다는 점. 3루 수비 훈련 중에는 서 있기 힘든 자리다. 한 감독은 연신 “대체 왜 저기 서 있다가 타구를 맞아?”라며 어이없어 하더니, 지나치던 정원석을 불러 “송광민이 저기 있었던 이유가 뭐냐”고 재차 묻기까지 했다.
어쨌든 몇 분 후 송광민은 벌떡 일어나 유니폼에 묻은 흙을 털었다. 이상이 없다는 신호. 하지만 쑥스럽게 웃으며 덕아웃으로 돌아오다가 다시 한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볼 잡으러 안쪽으로 들어왔다가 1루에 송구하던 참이었습니다.” 눈앞이 아찔했던 한 감독은 이런 대답을 듣고서야 혀를 차며 웃어버릴 수밖에. 안 그래도 주전급 선수가 부족해 고민하던 한화로서는 가슴이 철렁했던 순간이었다.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