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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표 대표팀 소집후 플레잉코치 역할
수비조직력 강화위한 의견 조율 추측8일(한국시간) 루스텐버그 올림피아파크 스타디움. 대표팀 훈련을 마친 뒤 허정무 감독과 이영표(33·알 힐랄)가 나란히 서서 한참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심각한 주제인 듯 둘의 표정은 상당히 진지해 보였다.
허 감독이 훈련 도중이나 종료 후 일부 선수들과 잠깐씩 이야기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번처럼 장시간을 할애하는 건 이례적이다.
허 감독과 헤어진 뒤에도 이영표는 그라운드에 홀로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이 운영돼 원하는 선수에 한해 잠시 인터뷰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이영표는 취재진의 요청에 응하지 않은 채 그대로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허 감독 역시 “이영표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느냐” 묻자 “그런 것까지 말하기는 좀 곤란하다”고 웃음을 지은 뒤 선수단 버스에 올라탔다.
당사자인 둘 모두 입을 굳게 다물면서 정확하게 어떤 말이 오고갔는지는 알 수 없다. 이영표의 얼굴이 다소 굳어져 있던 것으로 봤을 때 허 감독에게 크게 꾸지람을 들은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일단 들었지만 여러 정황 상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허 감독의 이영표에 대한 신뢰는 대단하다. 이영표가 30대를 넘긴 나이에도 체력적으로 뛰어난 것에 대해 철저한 자기 관리와 성실함 덕분이라며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주장’ 박지성이 결장했던 4일 스페인 전에서는 그에게 완장을 맡기기도 했다. 단순한 건의사항이나 일반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수비 조직력에 관해 심도 있는 주제로 의견을 나눴을 가능성이 높다.
이영표는 이미 지난 달 파주 NFC에 소집될 때부터 ‘플레잉코치’ 역할을 자처했다. 특히 정해성 수석코치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었고 남아공에 와서도 이런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수비 조직력 강화를 위해 수비수간 미팅을 수시로 가졌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처음 한 것도 이영표였다. 이후로 수비수들끼리는 수시로 모여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표는 루스텐버그에 와서도 상대국의 경기 DVD를 가장 많이 탐독하는 선수 중 하나다. 축구협회 이원재 미디어담당관은 “DVD를 한 데 모아놓고 선수들이 원할 때마다 수시로 빌려갈 수 있도록 하는데 대여 1순위가 바로 이영표다”고 말했다. 그리스 전 승리의 열쇠는 안정된 수비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비수 중 가장 경험이 많아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이영표의 최근 행보가 눈길을 끈다.
루스텐버그(남아공)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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