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김진회기자의 월드컵동행기] 허정무 감독 “원정에서 약하다는 이미지 벗어 던지고 싶다”

입력 2010-06-11 23: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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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원정 월드컵을 치렀던 국내 대표팀 감독의 성적표는 참혹했다.

지난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김용식 감독이 2패를 안은 것을 시작으로 1986년 멕시코 대회 때 김정남(1무2패), 1990년 이탈리아 대회 때 이회택(3패), 1994년 미국 대회 때 김호(2무1패), 1998년 프랑스 대회 때 차범근(1무2패) 등 다섯 명의 국내 사령탑들이 원정 월드컵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이후 한국 축구는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6년 독일월드컵 때 딕 아드보카트이 사령탑에 올라 각각 4강 신화 창조와 원정 월드컵 첫 승이라는 값진 기록을 일궈냈다.

그리고 바톤을 이어받은 이는 허정무(55) 감독이었다. 그가 세운 목표는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허 감독이 그리스와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별예선 1차전을 하루 앞두고 기대감을 전했다.

허 감독은 11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주장’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함께 참석했다.

허 감독은 역대 원정 월드컵에서 국내 감독이 단 1승도 못 올렸다고 하자 “한국이 역대 원정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표팀은 2002년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고지에 오른 경험이 있다”며 “국내 감독으로서 책임감도 느끼고 좋은 선후배 감독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월드컵은 한국축구가 과연 어떤 수준인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다. 원정에서 약하다는 이미지를 벗어 버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허 감독은 “대표팀에는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등 유럽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한국 축구도 아시아무대 뿐만 아니라 세계무대에서도 당당히 맞서야 하고 그런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의 첫 상대인 그리스는 장신 선수들이 즐비해 제공권과 세트피스 상황에 강한 팀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허 감독은 “키 큰 선수들이 축구에서 유리하다면 다 농구선수를 뽑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15분만 훈련을 공개한 허 감독은 그리스전에 출전할 베스트11 윤곽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궁금증이 많은 것 같은데 이영표와 차두리 뿐만 아니라 오범석과 김동진도 몸 상태가 나쁘지 않다. 내일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기용할 것”이라는 것이 허 감독의 설명.

날씨와 잔디에 대해서는 “심한 바람이 불 경우 경기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 또 잔디는 뿌리가 완전히 내리지 않아 파이는 감은 있지만 경기에는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지장’으로 알려진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과 지략대결을 펼쳐야 하는 허 감독은 “레하겔이 어떤 수를 들고 나올지 솔직히 모르겠다. 레하겔은 산전수적 다 겪고 경험이 많은 감독이기 때문에 수비적으로 나올지 공격적으로 나올지 모르겠다. 딱 짚어서 이렇게 나올 것이라는 예측을 하기 힘들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리스 격파 비책을 묻는 질문에는 “비책은 선수들에게 있다”면서 “첫 경기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첫 경기를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첫 경기가 어떻게 되더라도 결국 결과는 마지막 경기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허 감독은 국민들의 성원을 당부했다. 그는 “모두가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똑같다. 그러나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두려움, 압박감보다는 우리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능력을 마음껏 발산해주길 기대한다. 그 능력을 보여준다면 좋아결과도 따라올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은 오는 12일 오후 8시30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장신 군단’ 그리스와 월드컵 본선 최종예선 1차전을 치른다.

포트엘리자베스(남아공)=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scoopjy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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