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만 방심해도 한국에게 당할 수 있다".
적장’ 오토 레하겔(71) 감독의 표정은 여유로웠지만 아시아의 축구강국 한국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은 모습이었다.
한국과의 결전을 하루 앞둔 레하겔은 11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날 레하겔은 한국의 전력에 대해 묻자 “한국은 상당히 빠르고 그간 평가전에서 좋은 경기를 했다. 개인능력도 좋은 선수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감독의 지시에 따라 상당히 잘 반응하는 팀이라 흥미로운 결과가 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 아시아 팀과 경기를 많이 치렀는데 그 때마다 골 차이가 크게 났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흘렀고 선수들이 전술적으로 기술적으로 많이 변했다. 1초라도 방심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스는 최근 남아공 월드컵을 대비해 치른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 1무1패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북한과 2-2로 무승부를 거뒀고 이달 초 파라과이에 0-2로 패했다.
이에 레하겔은 “함께 훈련한 지 이제 4주 정도 됐는데 내일 경기가 기대된다. 그동안 평가전에서는 우리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내일은 다르다. 내일은 꼭 성공을 거둬야 하는 날"이라고 필승을 다짐했다.
레하겔은 지난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그리스를 정상으로 올려놓은 뒤 10년째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다. 그러나 선수와 클럽팀 감독으로 1천 경기 이상에 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으로 월드컵 출전은 처음이다.
이번 대회 최고령 감독이기도 한 레하겔은 "월드컵이 큰 무대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월드컵에 왔다는 자체만으로 대단한 것이다. 체코 등 우리보다 강한 나라들은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역사가 되풀이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모든 것은 흐르게 마련이다"고 전했다.
선제골이 승리를 부를 것이라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리버풀의 경우 0-3으로 뒤지고 있다가 역전승을 거두기도 했다. 축구 자체는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포트엘리자베스(남아공)=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