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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인 감독으로 월드컵 첫 승리라는 전인미답의 길이 뚫었다는 성취감과 사상 첫 원정 16강도 가능하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2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B조 1차전에서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하면서 한국축구에 새 역사가 열렸다. 국내 사령탑으론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승리한 것이다.
한국 축구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때 처음 본선 무대를 밟아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는 6회 연속 본선에 올랐지만 한국인 감독이 승리를 거둔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동안 해외파 감독이 승승장구할 때 국내 감독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이 4강 신화를 견인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 네덜란드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원정 첫 승을 선사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외국인들 손에서 사령탑을 낚아낸 허 감독이 사상 처음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한국인 감독 첫 승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한 마리 토끼를 잡은 허 감독은 이제 2006년 '작은 장군' 아드보카트 감독도 해내지 못했던 사상 첫 원정 16강이란 두 번째 토끼 사냥에 나선다.
허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 대한 각오가 남달랐다. 1998년 올림픽 및 대표팀 감독에 올라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그해 아시안컵에서 성적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밀려난 뒤 다시 사령탑에 복귀해 처음 도전하는 월드컵이다. 공교롭게도 허 감독 이후 2001년 초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 뒤 움베르토 쿠엘류, 조 본프레레,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까지 줄곧 외국인이 한국 축구를 쥐고 흔들었다. 히딩크 감독은 16강을 넘어 아시아 최초로 4강까지 끌어 올렸다.
2007년 말 베어벡 감독이 떠나며 다시 국내파로 지휘봉이 돌아오며 허 감독이 맡았으니 그로선 "역시 국내파는 안돼"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총력전을 펼쳐야 했다. 그 결과로 국내파 사령탑 월드컵 첫 승이 나온 것이다. 이런 기세로 원정 16강이란 새 역사를 창출하길 기대해본다.
포트엘리자베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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