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윤태석기자의 남아공 열기] 차두리 vs 오범석…‘발 없는 말’ 을 경계하라

입력 2010-06-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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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오범석.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scoopjyh@donga.com

아르헨티나와의 경기 다음 날인 18일(한국시간) 차두리가 취재진 앞에 섰습니다. 바로 전날 차두리는 경기에 뛰지 못했습니다.

경기 후 1차전 선발이었던 차두리의 제외 배경에 대해 허정무 감독이 “1차전에서 이기긴 했지만 (차두리)플레이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고 말한 것과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차두리는 “선수 선발은 감독님의 고유 권한입니다”고 선을 딱 긋더군요. 그리고는 인터뷰 말미에 말했습니다.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리스 전과는 분위기가 너무 다르네요. 하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지금 16강에 오를 수 있는 너무나도 좋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심판은 대회 끝난 후에 해도 됩니다. 언론과 국민들 모두 지금은 대표팀에 힘을 실어주세요.”

문득 3년 전 일이 생각났습니다.

2007년, 한국에서 U-17 청소년월드컵이 열렸습니다.

코스타리카와의 2차전을 마치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당시 최고스타였던 윤빛가람(현 경남FC)이 나왔습니다. 경기 도중 교체된 것에 대한 묻자 그는 “더 뛰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교체했다”고 말했습니다.

게임도 지고 교체까지 당하자 속상함을 그저 솔직하게 표현한 것뿐인데 일부 언론이 ‘윤빛가람, 감독 교체에 불만’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난리가 났습니다. 윤빛가람은 순식간에 감독에게 대드는 선수로 낙인 찍혔습니다. 중요한 3차전을 앞두고 윤빛가람이 “게임을 못 뛰겠다”고 우는 바람에 몹시 난감했다는 이야기를 당시 사령탑이었던 박경훈 현 제주 감독에게 뒷날 들었습니다.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허 감독은 아마 아르헨티나 전 뒤 혹평을 당할 게 분명한 오범석을 보호하고픈 마음에 그런 발언을 했을 겁니다. “차두리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말은 확실한 팩트입니다.

하지만 그 팩트를 당시 상황에 맞춰 해석하고 분석해 기사를 쓰는 건 언론의 몫이겠죠.

더반(남아공) |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scoopjy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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