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축구화 레드 콤플렉스’!

입력 2010-06-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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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스포츠동아 DB]

기성용. [스포츠동아 DB]

축구화 색깔이 달라지면 감이 달라진다

빨간색 신으면 부진…주황색 교체땐 2도움 ‘펄펄’
훈련땐 엇박자 이정수와도 경기땐 찰떡궁합 이뤄


23일(한국시간)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를 마치고 16강을 확정지은 뒤 기성용의 표정은 여느 때처럼 담담했다. 그러나 ‘내가 해냈다’는 자부심은 곳곳에 묻어 있었다. 그가 털어놓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본다.

○바뀐 축구화

축구화는 선수에게 생명과도 같다.

패스와 드리블, 슛 등 모든 플레이는 공과 직접 맞닿는 축구화를 통해 시작되고 완성된다. 더구나 기성용과 같은 전담 키커의 경우 아주 미세한 차이에도 변화를 느낄 만큼 예민하다.

기성용은 2차전 아르헨티나 전에서는 1차전 그리스 전에 신었던 축구화와 같은 제품의 색깔이 다른 축구화를 신었다. 그래서일까. 1차전 때는 1도움의 맹활약을 했지만 2차전 때는 전반 45분만 뛴 뒤 교체 아웃됐다. 별 것 아닌 것 같았지만 자꾸 신경이 쓰였다. 결국 16강의 명운이 걸린 나이지리아 전 때는 다시 1차전 때 신었던 축구화를 신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또 한 번 도움을 올리며 16강행에 디딤돌을 놨다. 바뀐 축구화에 대해 묻자 “별 것 아니다”고 둘러대던 그는 재차 채근하자 “사실 1차전 때 신었던 축구화가 감이 더 좋은 것 같아 다시 신었는데 역시 괜찮았다”고 웃음을 지었다.

○찰떡궁합 이정수


기성용은 이번 대회에서 이정수(29·가시마 앤틀러스)에게만 2개의 도움을 배달했다. 이 정도면 찰떡궁합이라 불릴 만한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기성용은 “사실 1차전 때 골은 넣었지만 연습 때는 정수 형과 이상하게 잘 안 맞았다. 내가 잘 찼다 싶으면 정수 형이 놓치고 정수 형이 좋은 위치에 가 있으면 내가 잘 못 찼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경기 직전 이정수가 “성용아, 오늘 우리 꼭 한 골 넣어서 잘 맞는다는 걸 보여주자”고 말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결과는? 역시 둘은 환상의 콤비였다. 이정수는 기성용의 크로스를 받아 천금같은 동점골을 뽑아냈다. 기성용과 이정수는 9살차이. 그러나 훈련장에서도 늘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기성용은 “정수 형이 후배들에게 먼저 살갑게 다가와주고 군림하려는 모습이 없어서 친하게 지내고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월드컵을 위해

기성용은 5월 대표팀 소집 이후 경기 감각과 체력에 문제가 있다는 평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한 뒤 제대로 경기에 뛰지 못했기 때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스코틀랜드에서 체력과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경기에 나서지 못한 날은 어떻게든 개인훈련으로 이를 만회하려 했다. 특히 매일 프리킥 연습에 매달렸다. 외로운 싸움이었지만 효과는 있었다. 최종예선 때부터 붙박이 키커로 활약했던 그에게 허정무 감독은 본선에서도 같은 임무를 맡겼다. 체력 역시 대표팀이 처음 모였을 때는 100%가 아니었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월드컵 첫 경기를 기준으로 삼아 서서히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 기성용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비웃기라도 하듯 맹활약을 펼치며 허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더반(남아공)|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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