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강신화의 주역 박지성과 이영표. [스포츠동아 DB]
2010년 허정무호는 신구조화가 잘 이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고참 이운재(수원)와 주장 박지성(맨유)을 필두로 다양한 경험이 있는 노장부터 21살의 신예 김보경(오이타), 이승렬(서울)까지 23명 모두가 하나처럼 움직이고 있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에 참가했던 고참들의 경험은 허정무 사단에 큰 힘이 됐다.
○월드컵 비법 전수
허정무호는 월드컵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박지성, 이영표, 김남일, 차두리, 박주영 등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월드컵 경험이 거의 없어 적지 않게 걱정했다. 중압감이 큰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젊은 선수들이 얼마나 자신이 가진 능력을 쏟아낼 것인가가 성적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 곁에는 백전노장들이 있었다.
월드컵 뿐 아니라 유럽에서 활동했던 선배 태극전사들은 그들이 가진 노하우를 아낌없이 후배들에게 전수했다. 또 대표팀 간 경기와 유럽무대에서 이미 대결한 적이 있는 상대와 어떻게 부딪혀야 하는 지도 말해줬다.
선배들로부터 이런 노하우를 전수받은 어린 태극전사들이 긴장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 베스트11 가운데 8명이 월드컵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쏟아내며 한국의 16강 진출에 큰 힘이 됐다.
○노장들의 역할 분담
노장들의 역할 구분은 확실하다. 박지성이 공격진, 이영표가 포백 라인, 이운재가 골키퍼, 김남일이 중원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노장들의 진가가 발휘되는 시간은 바로 선수들만의 전력분석 시간. 상대 팀 전력을 분석한 자료를 코칭스태프 없이 선수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조별리그 경기를 치렀다.
이 때 포지션별로 나누어서 자연스럽게 토론의 장이 마련된다. 전술적인 측면에서 큰 그림은 허정무 감독이 그리지만 선수들 간 미팅에서는 그라운드 안에서 어떻게 전술을 펼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이럴 때 고참들이 주로 앞에 나서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또 포지션별로 나누어 이야기를 할 때도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에서 활약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경기를 뛰고 있는 이영표와 박지성이, 벤치에서는 경기를 많이 뛰지 않는 이운재, 안정환, 김남일 등이 분위기를 다잡는다. 예전과 같은 강한 카리스마가 아닌 후배들과 함께 어울리는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며 허정무 사단의 팀워크를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더반(남아공)|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