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보에 환호한 월드컵 가족들
목이 터져라 밤새 응원
“장하다 아들들” 웃음꽃
“남편 축구인생 건 소망 이뤄”
許감독 부인 최미나씨 감격
“장하다 아들들아. 이제 부디 16강 고지도 넘어다오.”
한국 축구대표팀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가 벌어진 23일 새벽. 전 국민이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대표팀의 ‘나이지리아 결전’을 지켜봤다. 피 말리는 2-2 무승부 상황에서 가장 가슴 졸인 이들은 바로 대표 선수 및 코칭스태프 가족. 이들은 남아공 더반에서 날아온 ‘16강 진출’ 낭보에 감격했다.
허정무 감독의 부인 최미나 씨(56)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너무 힘들고 어렵고 무서웠다”며 “남편이 2000년 이후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뤄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조별예선에서 2승 1패를 기록하고도 골득실에서 밀려 탈락했고, 이후 감독직을 사임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아르헨티나전 직후 허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다. 최 씨는 “월드컵 16강 진출은 남편의 축구 인생을 건 소망이었는데 이번에 성공해 안심했다”며 웃었다. 경기 직후 최 씨가 “이제 조금 쉬시라”고 말하자 허 감독은 “어떻게 쉴 수 있겠나. 가족들이 정말 고생했다”며 부인을 다독였다.
이날 어시스트를 추가한 기성용의 어머니 남영숙 씨(49)는 목이 완전히 쉬었다. 전남 광양의 자택에서 밤새도록 ‘목이 터져라’ 아들을 응원했기 때문이다. 남 씨는 “코칭스태프의 전략과 선수들의 의지, 국민들의 성원이라는 ‘삼박자’가 모여 16강 진출을 이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소속팀에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한 아들을 믿고 기용한 코칭스태프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남 씨는 “그리스전과 비슷한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 ‘이제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길몽도 꿨다. 경기 전날인 22일 부채춤을 추는 아이들이 남아공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꿈이다. 남 씨는 “그 한복판에서 내가 지휘를 하고 있었는데 좋은 일이 생기려는 ‘길몽’이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주전 미드필더인 김정우의 어머니 정귀임 씨(55)는 나이지리아전을 서울 중구 신당동 집에서 지켜봤다. 정 씨는 “한국팀이 사상 처음 원정 16강에 진출한 게 기뻐서 경기가 끝난 뒤에 잠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김정우는 “어머니 식사는 하셨어요?”라는 문자를 정 씨에게 보냈다.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식사를 자주 거르는 어머니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정 씨는 “16강에 진출해 본인도 기쁠 텐데 엄마를 챙기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평소에도 자상한 아들”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그동안 아들과 통화해 보니 선수들이 ‘16강 진출’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제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한 만큼 부담을 털고 제 기량만 발휘하면 16강 이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비수 조용형의 아버지 조태식 씨(57)는 “용형이 외에도 모든 선수가 정말 열심히 해 줘서 고맙다”며 “지금처럼만 하면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