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원정 16강] 세트피스 ‘기 - 이 득점공식’ 완성

입력 2010-06-2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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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발군의 스핀킥 자랑
이정수 위치선정-쇄도 뛰어나
이영표는 측면돌파 파울 유도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강력한 득점 공식이 완성됐다. ‘기성용(셀틱)의 프리킥 크로스-이정수(가시마)의 슛’으로 이어지는 세트피스 득점이다. 한국은 이 방식으로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5골 중 2골을 넣었다. 그리스와의 첫 경기에서 터진 선제골과 16강 진출 운명이 걸린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 동점골이었다. ‘허정무호’의 세 가지 득점 공식을 살펴본다.


○ 낙하지점에 정확하게 떨어지는 기성용의 프리킥

기성용은 중거리 슈팅에 능한 선수다. 그가 오른발로 먼 거리에서 강하게 찬 공은 빨랫줄처럼 쭉쭉 뻗는다. 하지만 프리킥 크로스에서 그가 구사하는 킥은 달랐다. 공에 최대한 스핀을 많이 먹여 감아 차는 킥. 상대 문전을 지키고 있는 밀집 수비수들의 헤딩 수비 범위를 피하면서 빈 공간에 공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그리스전 선제골 상황에서 기성용의 킥 지점은 왼쪽 코너킥 포스트 2m 앞. 기성용의 발을 떠난 공은 앞쪽 회전이 많이 걸려 줄줄이 늘어선 그리스 수비수들의 머리 위를 낮고 빠르게 통과한 뒤 오른쪽 맨 바깥쪽에 서 있던 그리스 수비수 앞쪽 빈 공간으로 떨어졌고 이정수가 이를 발리슛으로 성공시켰다.

0-1로 뒤진 전반 38분 나이지리아전에서 터진 동점골 상황. 기성용의 킥 지점은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으로 그리스전 때보다 문전까지 거리가 짧았다. 그는 왼쪽으로 휘는 스핀을 많이 먹인 킥을 구사해 가까운 쪽에 서 있는 나이지리아 수비수들을 피하면서 오른쪽 깊숙한 지점으로 공을 정확하게 떨어뜨렸다.


○ 이정수의 뛰어난 위치 선정과 순발력

이정수는 원래 공격수 출신으로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허정무호’의 비밀 무기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세트피스 상황에서 쇄도하며 슛하는 연습을 자주 했다. 그가 프리킥 상황에서 문전에 꽉 들어찬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공을 따내는 것은 뛰어난 위치 선정 감각 덕분이다. 그는 프리킥 전에는 바깥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수비 견제를 피했고 수비수들의 시선이 온통 키커의 동작에 쏠려 있는 순간 문전으로 쇄도했다. 나이지리아전 동점골 때 이정수는 기성용의 프리킥 지점과 같은 선상에 서 있다가 기성용이 킥을 위한 도움닫기를 시작한 순간 스타트해 오른쪽 맨 가장자리에 있던 수비수 라비우 아폴라비(레드불 잘츠부르크)의 뒤로 돌아 문전으로 쇄도해 공을 따냈다.



185cm의 큰 키는 그의 공 터치 범위를 넓혀 준다. 그리스전 때는 오른발을 갖다댔고 나이지리아전 때는 헤딩을 시도하려다 공이 휘어 나가자 신속하게 다리를 뻗어 공을 터치했다.


○ 이영표의 꾸준한 측면 돌파

아무리 세트피스 상황을 완벽하게 연습해 놓아도 실전에서 그 상황이 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영표는 끊임없는 측면 돌파로 득점 공식이 가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측면 깊숙이까지 파고드는 이영표의 움직임은 상대 수비수들을 괴롭혀 파울을 유도했고 결국 기성용의 프리킥으로 연결됐다. 이 셋이 만드는 득점 공식이 견고한 수비를 자랑하는 우루과이 격파에도 통할지 주목된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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