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월드컵]우루과이에도 ‘골 넣는 수비수’ 있다

입력 2010-06-26 03: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루가노, 지역 예선서 4골본선서 2골 이정수와 대결
허정무 감독은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바둑 용어로 축구 전술을 비유한 적이 있다. 내 집부터 살려놓은 뒤 상대 말을 죽인다는 의미다. 26일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도 강조되는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이정수(30·가시마)와 디에고 루가노(30·페네르바흐체·사진)의 맞대결은 흥미롭다. 이들은 30세 동갑내기로 부동의 주전 센터백이다. 무엇보다 골 넣는 수비수라는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이정수의 공격 본능은 빛을 발했다. 그리스와의 1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에서는 동점골로 분위기를 되살렸다. 나이지리아전에서는 ‘동방예의지슛’이란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화제를 뿌렸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정수를 아르헨티나의 곤살로 이과인, 우루과이의 디에고 포를란, 스페인의 다비드 비야 등과 함께 득점왕 후보로 꼽았다. FIFA 홈페이지에는 ‘소속팀이 상위 라운드에 올라간다면 더 많은 득점을 올릴 수도 있다’는 칭찬이 올라 있다.

이정수의 강점은 공격수로 뛴 풍부한 경험이다. 2002년 안양 LG(현 FC 서울)에 입단한 뒤 수비수로 보직을 변경할 때까지 그는 공격 전방에 나섰다. 수비수로 변신한 뒤에도 그는 K리그에서 8시즌 동안 6골, 일본 J리그에서 2년 동안 7골을 기록했다.

이정수와 맞서는 루가노의 공격력도 대단하다. 이번 월드컵에서 아직 골은 없지만 남미 예선 17경기에서 4골을 터뜨렸다. 코스타리카와의 월드컵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선제골을 넣으며 우루과이의 본선행을 이끈 주역이었다.

수비 능력만으로 보면 루가노가 이정수보다 한발 앞선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그는 우루과이의 무실점 행진을 이끌었다. 루가노가 수비를 주도한 우루과이는 조별리그에서 유효슈팅을 8개만 허용했다. 오죽하면 루가노의 별명이 ‘도살자’일까. 강력한 압박으로 상대 수비수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2005년엔 상파울루의 코파 리베르타도레스(남미 클럽선수권) 우승과 FIFA 클럽 월드컵 우승을 이끌 만큼 큰 경기에도 강하다.

독일의 축구 전문 사이트인 트란스퍼마르크트의 분석에 따르면 이적시장에서 그의 가치는 약 157억 원으로 이정수(30억 원)의 5배가 넘는다. 브라질의 루시우, 아르헨티나의 왈테르 사무엘과 함께 남미 최고의 수비수란 평가를 받는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재간을 지닌 이정수와 루가노. 8강 진출을 꿈꾸는 이들의 발끝 대결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