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월드컵]韓日 나란히 첫 원정 16강… 유쾌한 도전, 즐거운 경쟁

입력 2010-06-2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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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조 2위로 16강행]덴마크 3-1로 완벽하게 제압열도 “대표팀에 감사” 열광[亞, 축구 변방서 중심으로]2002년 이어 ‘실력’ 검증한일 누리꾼 “결승서 만나자”
한국과 일본이 변방으로 여겨졌던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살렸다.

한국에 이어 일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일본 축구의 중심에는 오카다 다케시 감독(54)이 있다. 그는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4강이 목표라고 큰소리쳤지만 5번의 평가전에서 1무 4패의 졸전으로 ‘망상가’, ‘허풍쟁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하지만 16강 진출로 일본 국민의 마음을 완전히 돌려놓은 그가 4강 진출이라는 ‘오카다 매직’을 완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는 16강 티켓을 손에 넣은 뒤에도 “우리의 종착지는 여기가 아니다. 해야 할 일이 더 남았다”고 말했다.

○ 일본 “우리도 16강”

일본은 25일 루스텐버그 로열바포켕 경기장에서 열린 덴마크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3-1로 완승했다. 이로써 승점 6점(2승 1패)을 챙긴 일본은 네덜란드(3승)에 이어 E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일본은 그림 같은 프리킥 두 방으로 승부를 갈랐다. 카메룬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영웅이 된 혼다 게이스케가 전반 17분 아크서클 오른쪽에서 왼발로 강하게 찬 자불라니는 27m를 날아 골네트를 흔들었다. 전반 30분에는 엔도 야스히토가 골문 22m 거리에서 자로 잰 듯한 오른발 프리킥을 성공시켰다. 일본은 후반 36분 한 골을 내줬지만 후반 42분 혼다의 어시스트를 받은 오카자키 신지가 쐐기골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혼다는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29일 일본이 16강에서 맞붙을 상대는 F조 1위 파라과이(31위)로 26일 오전 3시 30분 현재 16강이 확정된 14개국 중 한국(47위), 일본(45위), 슬로바키아(34위), 가나(32위) 다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낮은 팀이다. 16강 대진운만 놓고 보면 우루과이(16위)를 만난 한국보다 일본이 좀 더 낫다.

○ 첫 한일 동시 원정 16강

일본은 먼저 16강에 오른 한국의 뒤를 따르며 아시아 축구의 저력을 세계에 알렸다. 2002년 한일 대회에서 한국은 4강, 일본은 16강에 올랐지만 홈에서 치른 경기였다. 당시 안방 프리미엄을 안고 거둔 성적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원정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가 함께 16강 무대를 밟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원정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가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 자체가 드물다. 북한이 1966년 잉글랜드 대회에서 8강에, 사우디아라비아가 1994년 미국 대회에서 16강에 오른 게 전부다. 그만큼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동시 16강 진출은 변방으로 여겨졌던 아시아 축구를 다시 보게 하는 쾌거다.

숙명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 두 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맞붙는 일이 생길까. 이런 경우는 양국이 함께 결승에 오를 때뿐이다. 브라질(1위), 네덜란드(4위), 독일(6위), 아르헨티나(7위) 등 16강 진출 팀의 면면을 보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혼다는 “목표는 우승”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캡틴 태극전사 박지성도 “16강으로는 만족하기 힘들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한국과 일본의 누리꾼들이 “결승에서 만나자”는 글을 올리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 일본 열도 열광

NHK와 5대 민영방송사는 이날 아침부터 특집방송을 긴급 편성해 일본이 골을 넣는 장면을 되풀이해 보여주면서 찬사를 쏟아냈다. 새벽에 열린 경기 소식을 미처 조간에 싣지 못한 신문사들도 이날 아침 호외를 발행한 데 이어 이날 석간에서도 1면과 스포츠면을 대거 할애해 집중 보도했다. 경기를 치를수록 조직력이 살아나면서 안정적인 경기를 선보이는 대표팀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에도 승리를 자축하는 메시지가 끊이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공수 밸런스 최고. 팀이 어른이 됐다. 일본 대표팀에 감사한다’, ‘스타 선수가 많아야 승리한다는 것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축구는 팀이다’ 등 팀워크를 높이 평가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동안 오카다 감독에게 모진 비난을 쏟아냈던 누리꾼들도 ‘오카다 감독을 볼 면목이 없다. 믿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사죄했다. 오카다 감독 해임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던 이누카이 모토아키 일본축구협회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수나 감독이 해온 일을 믿었다. 팀이 승리를 계기로 점점 일치단결하는 걸 느꼈다”고 기뻐했다. 일본-덴마크전 생중계 평균 시청률은 경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인 오전 5시경 도쿄 등 간토 지구가 41.3%, 오사카 등 간사이 지역이 35.9%까지 치솟았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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