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대구구장. 롯데 박영태 수석코치와 박계원 주루코치, 김무관 타격코치가 훈련 전 덕아웃 앞에 모여 있었다.
“덥다”를 연발하던 박영태 코치는 박계원 코치를 바라보다 불현듯 “우리 팀 주루코치는 팔이 다 녹슬겠다”고 한마디 건넸다. 타자들이 홈런만 치다보니 주루코치가 선수에게 달리라는 의미로 팔을 돌릴 틈이 없다는, 뼈있는 농담이었다.
실제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롯데가 낸 3점은 김민성∼이대호∼홍성흔의 솔로홈런포였다. 박영태 코치는 “홈런만 치다보니까 선수와 하이파이브 하는 게 전부”라며 다시 한 번 긴 숨을 내뱉었다.
옆에서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김 코치도 타격코치로서 답답한지 “전쟁이라는 건 대포를 쏜 뒤에 소총으로도 세밀한 공격에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대포 한 번 쏘고 한∼참 있다가 다시 한 번 대포 쏘고 이러고 있다”며 가슴을 쳤다.
하지만 당사자 박계원 주루코치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보통 홈런을 친 뒤에는 타자들이 흥분하기 때문에 하이파이브도 있는 힘을 다해 한다는 것.
30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0-0으로 맞선 3회 1사 후 김민성이 솔로홈런을 친 뒤 하이파이브를 했는데 방심하고 있다가 팔목이 아플 정도의 위력적인 손뼉이 날아왔다고 했다.
어쨌든 세 코치는 지나치게 홈런에 의존돼 있는 팀 타격스타일에는 모두 고개를 저었다. ‘대포군단’도 좋지만 안타로 착실히 점수를 낼 수 있는 ‘소총부대’의 필요성에도 절실히 공감했다.
대구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