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떠나는 허정무감독 “유임 NO!… 지금이 물러날 때”

입력 2010-07-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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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장에서 허정무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왼쪽부터 정해성 수석코치,허정무 감독, 김현태 GK코치,박태하코치)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연임 제의 받았지만 모두를 위한 결정
“그동안 나를 믿고, 중책을 맡겨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축구의 새 역사를 쓴 대표팀 허정무 감독이 결국 아름다운 퇴장을 결정했다. 허 감독은 2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서 “지금이 물러날 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자신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사퇴냐, 유임이냐를 놓고 설왕설래를 빚었던 대한축구협회도 차기 사령탑 인선에 본격 착수하게 됐다.
-사퇴 결심은 언제 했나.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코치들에게 ‘결과에 관계없이 월드컵이 끝나면 물러나겠다”는 말을 거듭 해왔다. 월드컵 이후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유임 관련 제의를 받고 고민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를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가족의 만류가 컸다고 들었다.

“꼭 그것만은 아니다. 가족들에게 그동안 미안함이 컸다. 의논을 하면서 그동안 못했던 부분들을 잘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협회는 유임을 희망했다. 축구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했는데.

“우리 축구계에는 유능하고 경험 많은 분들이 여럿 계신다. 저 역시 어떠한 형태로든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대표팀 감독은 분명 부담스러운 자리이지만 능력 있는 분들이 많다. 월드컵을 통해 남미에 기술적으로 부족함을 느꼈는데, 앞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소회가 있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은?

“좋은 기억들이 훨씬 많았다. 앞으로 남미를 뛰어넘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싶다. 한국도 세계에서 더욱 당당하도록 밑거름을 만들겠다. 축구 외적인 일이라면 아무 생각 없이 당분간 조용하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

-가장 영광스러웠던, 또 좌절의 순간을 꼽아본다면.

“중국에 0-3으로 지고, 아르헨티나에 1-4로 패하는 등 별의별 일을 당했지만 축구에선 어떤 팀이든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지고 난 뒤 패인을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긍정적인 것인지, 낙천적인 것인지 늘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질 때 배워야 한다. 행복한 순간은 그리스를 깨고, 나이지리아전에서 16강행을 확정했을 때였다. 감독 입장에서 최고의 순간이었다.”

-소통의 리더십이 언제부터 정착됐는가?

“네덜란드에서 현역으로 뛸 때 선수들과 지도자가 언성 높이고 싸우는 걸 봤다. 그러다 잘못이 확인되면 곧바로 사과하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처음 지도자에 입문했을 때 이를 시도했는데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 대표팀은 선수들 간 의사소통이 잘 이뤄진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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