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야구 롤러코스터] 차바타만 있나요? 야구엔 ‘최바타’가 있지

입력 2010-07-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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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 뒷담화 이제는 말해 볼래요”
멀쩡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폭포수 같은 비가 퍼부어요. 곰 앞에 납작 엎드린 호랑이, ‘살았다’ 싶어 안도의 한숨 내쉬어요. 근데 약발이 하루밖에 안가요. 다음날(8일) 또 터져요. 자포자기, 이젠 정신이 혼미해져요. 성난 팬들은 앞길까지 막아섰어요. 호랑이 조련사 ‘조뱀’, 황급히 사과해요. 그렇게 어렵사리 사지를 벗어났어요.

선감독 1군 올릴 생각 없다더니 하루만에 불러요
수비·주루 능력 급상승…최형우도 로봇이었나 봐요


○‘최바타’, ‘형우로봇’ 등장?


삼성 선동열 감독은 언변도 화려해요. 선수로, 지도자로 승승장구해온 명성에 걸맞게 일단 말문 트이면 거침없는 화술 자랑해요. 자신감이 철철 넘쳐요. 하지만 선수시절 그가 뿌려댄 광속구처럼 종종 말이 앞서갈 때도 있어요. 가슴 통증과 부진이 겹쳐 2군으로 내려 보냈던 간판타자 최형우에 대해 11일만 해도 선 감독은 “아직 불러올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어요. 수비와 주루 플레이가 약해 “지금 올려봐야 지명타자나 대타로밖에 쓸 수 없다”는 이유까지 달았어요. 근데 하루 만에 사정이 달라졌어요. 13일 1군에 올린대요. 럴수 럴수 이럴 수가. 불과 24시간도 안돼 최형우의 수비와 주루 능력이 향상됐나 봐요. 마치 게임 캐릭터처럼 하루 만에 능력치 급상승한 모양이에요. ‘차바타’, ‘두리로봇’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최바타’, ‘형우로봇’도 있어요. 차범근 감독처럼 선 감독도 로봇 조작에 일가견 있나 봐요.



KIA 16연패 끊던 날 트레이드 된 장성호 타석 들어서요
쾅! 잘맞은 타구 안치홍 솟구쳐 잡아요…십년감수 했어요


○호랑이 연패 탈출하던 날

KIA가 9일 광주에서 생지옥 같던 연패에서 벗어났어요. 이날 선발로 등판한 양현종은 한국시리즈보다 더 떨렸대요. 사실 경기 종료 전까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물론 구단 직원들까지 모두 초긴장 상태였어요. 근데 이날 상대가 하필이면 한화였어요. 질질 끌다가 여러 사람 잡을 뻔한 ‘장성호 트레이드’의 파트너 말이에요. 연패에 빠지기 전까지만 해도 장성호와 유니폼을 맞바꿔 입은 투수 안영명은 불펜에서 펄펄 난 반면 장성호는 정상 컨디션을 못 찾고 헤매 KIA쪽이 더 활짝 웃었어요. 하지만 연패 숫자가 17로 하나 더 늘어날 위기에서 장성호를 마주치게 됐으니 KIA 관계자들의 표정은 말이 아니었어요. 행여 장성호나 함께 트레이드된 김경언에게 결정적 한방을 얻어맞을까봐 노심초사하는 눈치였어요. 말이 씨가 된다고, 아니 걱정이 씨가 된다고 0-0으로 팽팽히 맞선 2회초 한화 4번 최진행이 중전안타로 출루한 뒤 5번 장성호가 타석에 들어섰어요. 그리고 터진 우익수 방면의 날카로운 타구. 오·마·이·갓∼. 그대로 뻗어갔더라면 2루타는 되고도 남을 법한 좋은 코스였어요. 그 순간 2루수 안치홍이 하늘로 솟구쳐 타구를 건져냈어요. 아, 이신바예바가 KIA 2루수 된 줄 알았어요. 장성호는 땅을 치며 아쉬워했고, KIA는 가슴 쓸어내렸어요. 팀의 17연패를 막고 체면까지 살린 귀염둥이 막내의 결정적 호수비에요.

○괴물 대결은 언제?



이번엔 붙나 싶었는데 또 무산됐어요. ‘대한민국 원투펀치’ 류현진(한화)과 김광현(SK)의 맞대결 말이에요. 월드컵으로 분산됐던 관심을 다시 집중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다들 기대했어요. 하지만 그거야 바깥사람들 얘기에요. 말이야 바른 말이지, 안에서야 둘을 붙이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해요. SK 김성근 감독은 11일 경기가 비로 취소됐는데도 원래 예정됐던 글로버 대신 김광현을 13일에 내기로 했어요. 한화 한대화 감독도 어차피 두 번 남은 전반기 등판, 류현진이 최대한 여유를 갖고 던지게 하겠다고 해요. 두 감독, “일부러 피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은 엄청 신경 쓰는 게 맞나 봐요. 물론 류현진과 김광현도 서로 잔뜩 의식해요. 나란히 다승왕 경쟁을 시작하면서 더 그렇게 됐어요. 김광현과 같은 날 등판한 류현진, 경기 끝나면 꼭 이런 질문해요. “광현이는 어떻게 됐어요?” “몇 이닝 던졌어요?” 근데 다른 구장에서 김광현도 똑같은 질문하고 있어요. “현진이 형은 오늘 어떻게 던졌대요?” 두 괴물 투수,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의식 많이 하고 있는 게 분명해요. 어쨌든 이번에도 기차는 떠났어요. ‘빅 매치’ 보게 해달라고 정화수 떠놓고 빌던 야구팬들, 조용히 시베리안 허스키를 외치겠어요.

○비인기구단, 넥센의 인기

금민철∼고원준∼김성태∼번사이드∼문성현. 모두 새 얼굴이에요. 지난 시즌 넥센의 선발투수들은 삼성으로, 두산으로, 그리고 한화로 떠났어요. 그나마 남아있던 선발들은 전남 강진의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어요. 어렵사리 팀 꾸려가는 김시진 감독 한숨 나올 만해요. 근데 텅 빈 넥센의 곳간을 또 호시탐탐 노리는 팀들이 있대요. 넥센이 가장 인기 없는 구단이라고 누가 그랬나요. 트레이드 마감시한(7월 31일) 다가오니 넥센 인기 하늘 찔러요. 하지만 이런 우라질레이션. 달라는 선수랑 준다는 선수, 무게가 안 맞아요. 저울이 한쪽으로 기우는데 OK 사인 날 리 없어요. 넥센도 ‘화수분’이라고 하니까 빼가도 또 채워질 줄 아나 봐요. 이제 누구 하나 잘 던지기만 해도 불안해요. 똑똑하고 잘 생긴 아들, 또 부잣집에 입양 보내야 할지 모르니까요.

○‘대갈장군’의 새색시 태그법

10일 잠실구장. 1회 두산 1번타자 이종욱이 출루했어요. 발야구 시도할 찬스. 아니나 다를까 2루로 달리기 시작해요. 근데 갑자기 안 되겠다 싶었는지 귀루 동작 취해요. 그 순간 오른쪽 발목이 휘청거렸어요. 그리고는 오도가도 못 하고 주루선상에 누워버렸어요. 인대 부상. LG 1루수 이진영, 누워서 고통 호소하는 이종욱 태그하러 달려가다 갑자기 다리에 모래주머니 찬 것처럼 발걸음 무거워요. 그래도 규칙은 규칙. 당구 칠 때 ‘묻었다’는 표현 생각날 정도로 미트 끝을 살포시 이종욱 옷자락에 갖다댔어요. 이어 안쓰러운 표정 작렬해요. 업혀 나간 이종욱은 다행히 인대 손상되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어요. 1∼2주 후면 복귀할 수 있대요. 근데 다음날 온통 이진영의 ‘새색시 태그법’이 화제가 됐어요. 그러자 이진영 “태그 하기도 미안하고, 안 할 수도 없잖아. 태그해야 경기가 진행되는데 어쩌겠어. 누워있는 동기에게 태그를 해야만 하는 내 심정은 어땠겠어?”라며 아직도 괴롭다는 듯 먼 산 바라봐요. 셰익스피어가 따로 없어요. 머리만 큰 줄 알았더니 가슴도 넓고, 정도 가득한 ‘대갈장군’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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