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야구 롤러코스터] 두산 임태훈 첫 QS는 ‘닥터K’ 벨트 덕?

입력 2010-06-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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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양현종에게 벨트 빌렸더니 눈빛이 달라졌어요
KIA 상대로 ‘효과만점’…우정은 피보다 진한가봐요

삼성 타선 요즘 답답해요…12경기에 34점 뽑았어요
‘주자 나가도 점수 안뽑는 10가지 방법’ 교본 쓸 판



#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10일 문학 삼성전. SK 김광현은 9회 투아웃까지 노히트노런 펼쳤어요. 그런데 9회 시작될 무렵 휴대폰이 요란하게 몸부림을 쳤어요. 정성스럽게 문자 들어와요. KBO에 등록된 야구관계자 전원에게 알리는 메시지. ‘SK 김광현 노히트노런 달성시 역대 11번째(정규이닝 9이닝 기준).

2000년 5월18일 한화 송진우 이후 최초.’ 조마조마하던 SK 프런트 가슴 철렁해요. 원래 퍼펙트게임이나 노히트노런 같은 대기록이 눈앞에 다가오면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는 게 불문율. ‘퍼펙트’의 ‘퍼’ 자도, ‘노히트노런’의 ‘노’자도 말하지 않는 게 암묵적 에티켓이에요. 모두들 조용히 준비만 하고 있는 순간에 생각지도 못한, 통제할 수 없는 곳에서 옆구리 찌르듯 ‘천기누설’이 돼 버렸어요. 아니나 다를까 문자 들어오자마자 9회 2사 후 신명철에게 볼넷 내주더니 최형우에게 안타 맞고 말았어요. 그리고 곧바로 교체. 노히트노런은 물론 완봉 완투 다 깨지고 이후 1실점까지 떠안았어요. 그나마 이승호가 막아줘 승리는 챙겼지만 SK 프런트 입맛은 소태 씹은 듯 쌉싸래해요.

# ‘국보투수’ 선동열의 노히트노런 추억

노히트노런을 당해 안드로메다 관광 갈 뻔한 삼성은 아무튼 9회 2사후 최형우 안타로 지옥에서 탈출했어요. 선 감독에게 “최형우 상금 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겼으면 모를까 졌잖아”라며 웃어버려요. 감독 입장에서는 뒤집을 수 있는 경기 못 뒤집은 게 더 아픈가봐요. 그러고보니 감독 된 뒤 9회 2사후 노히트노런 면한 게 이번이 처음 아니에요. 2008년 7월 4일 KIA 이범석에게 9회 2사까지 노히트노런으로 끌려가다 박석민이 3루수 쪽 내야안타를 쳐 간신히 모면했어요. 삼성이 지금까지 노히트노런을 당한 건 딱 한 차례. 얄궂게도 선 감독이 해태에서 무등산 폭격기로 활약할 때인 1989년 7월 6일 광주에서 당한 거였어요. 그러나 당사자는 아픔이 더 기억에 남나 봐요. “내가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건 한 번이지만, 두 번씩이나 노히트노런 상대투수가 됐다니까.” 1988년 빙그레 이동석이 역대 4번째 노히트노런 세웠을 때 상대선발로 나섰다 졌어요. 홈런 한방 맞고 0-1로 패전투수 됐어요. 1993년 4월 30일 쌍방울 김원형이 7번째 노히트노런 달성했을 때도 해태 선발로 나서 무려‘3점’이나 주는 바람에 패전투수 됐어요. 유난히 노히트노런과 인연 많은 ‘SUN’이에요.



# 얼마나 이기고 싶었으면….

8일 잠실구장. 경기 전 LG 쪽 공기 무거워요. 살벌한 비장감. 오뉴월에 야구장 서리 내려앉을 기세에요. 그도 그럴 것이 상대 선발은 한화 에이스 류현진. 다른 팀도 약한데 LG는 더 약해요. 5월 11일 청주에서 17개의 삼진을 먹어주며 한 경기 최다탈삼진 신기록 내줬어요. 류현진 상대로만 5연패. 괴물은 쌍둥이만 보면 ‘어린아이 손목 비틀 듯’ 손쉽게 승리 챙겨가요. LG 오기로 달려들어 마침내 3-0 승리를 거뒀어요. 그리고는 경기 때보다 경기 후에 더 신바람 났어요. LG 홍보팀 직원은 기자들이 묻지도 않은 서용빈 타격코치의 멘트 의기양양하게 날려요. “SK와 3연전을 치르면서도 타자들에게 류현진 투구내용 보여줬다. 분석도 분석이지만 이기겠다는 의지를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버릴 것은 버리고 노림수에만 집중한 것이 성공요인이다.” 이날 류현진 성적은 6이닝 2실점. 그것도 자책점은 1점이었어요. 그래도 승리했다고 좋아하는데 주위에서 축하박수 보내요. 8안타 때려냈으니 성공이라면 성공. 그런데 LG가 축배를 든 다음날 적군 쪽에서 김빠지는 소리를 해요. “류현진이 어제 밤에 귀신을 보는 바람에 한숨도 못 잤대.” 그러고 보니 류현진 공이 평소 공이 아니었어요. 이런 우라질네이션.

# 우정은 피보다 진하다?

두산 임태훈, KIA 양현종, 비록 유니폼은 다르지만 청소년대표팀 출신 88년생 ‘절친’이에요. 서로 “쫑” “탱”이라고 부르며 닭살우정 이어가고 있어요. 그라운드 위에서도 예외가 아니에요. 10일 광주 KIA전에 임태훈이 선발 등판했어요. 전날과 그 전날 두산이 내리 져서 무조건 연패를 끊어야하는 막중한 임무 맡았어요. 6.2이닝 무실점 승리. 첫 퀄리티스타트에 만면에 웃음 지어져요. 그러나 여기에는 남모를 ‘양현종의 내조’ 있었어요. KIA에는 윤석민-양현종-전태현으로 구성된 아기호랑이 패밀리 있어요. 이들은 벨트에 ‘닥터K’를 비롯해 ‘레벨 6(포심 3, 견제3)’ 등을 적어놓고 돌려가며 매요. 마치 게임아이템처럼 이 벨트를 매면 능력치가 높아져 호투한다는 일종의 징크스예요. 장난 같지만 효력이 탁월하대요. 임태훈 눈빛 반짝여요. 그래서 이날 등판하기 전 양현종에게 벨트를 빌려 착용해봤어요. 그런데 두산 벨트는 남색, 같은 팀은 같은 색 유니폼 착용해야 해요. 빨간 벨트 탄로날까봐 유니폼 상의 늘어뜨려 가렸어요. 설마 했지만 거짓말 같은 호투. 물론 경기 끝나자마자 벨트 돌려줬어요. 양현종도 올 시즌 다승 1위 지켜야하니까요. 그런데 다른 팀도 아닌 KIA 상대로 벨트효과 발휘했어요. 다음엔? 우정과 팀 사이의 갈림길에 섰어요. KIA 조범현 감독, 임태훈 벨트 검사부터 할지 몰라요.

# 축구도 2점은 뽑던데….

삼성 타선 요즘 답답해요. 1점 아니면 2점. 4점이라도 뽑으면 깨춤이라도 춰야할 것 같아요. 6월 들어 12경기에서 34점 뽑았어요. 경기당 평균 2.83득점. 차라리 과거 ‘3점 라이온즈’라는 말이 그리울 정도에요. 그렇다고 안타를 못 치는 것도 아니에요. 게다가 상대투수는 볼넷 무더기로 내줘요. 결국은 주자 내고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 12일 넥센전에서 9안타에 8사사구, 상대실책 1개까지 포함해 18명이나 나갔지만 4득점에 그쳤어요. 그리고 13일에는 한술 더 떠 7안타 9사사구로 16차례 주자가 나갔지만 1점만 뽑았어요. ‘주자 나가도 점수 안 뽑는 10가지 방법’이라는 교본 쓸 판이에요. 감독도 답답하고 선수들도 답답해요. 지켜만 봐야하는 삼성 프런트도 답답한가 봐요. 경기 끝나자 삼성 한 관계자 한숨 쉬면서 한마디 내뱉었어요. “아이고, 축구도 2점은 뽑던데….” 월드컵에서 한국이 그리스에 2골을 넣으면서 이긴 것을 봤나봐요. 삼성 다른 한 관계자 “이렇게 야구해도 그래도 3등이야. 다른 팀은 더 못하나봐”라며 웃고 말아요.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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