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야구 롤러코스터] 1억번째 관중, 왜 하필 중학생이야…

입력 2010-06-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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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박 인기절정 놀이기구, 롤러코스터. 한번 타려면 줄 서서 기다리다 진 빠져요. 하지만 눈깜짝할 새 타고 내려오면 허무하기도 해요. 1억 명 입장했어요. 29년 걸렸어요. 1억번째 행운 잡으려고 야구장 안팎에서 난리 났어요. 근데 정작 1억번째 입장권 쥔 주인공은 친구 따라 난생처음 야구장 온 중학생이었어요. 암튼 지난주 야구장은 인산인해 이뤘어요. 롤러코스터 있는 놀이공원 부럽지 않은 야구 열기에요.


● 우려가 현실 됐어요

프로야구 통산 1억번째 관중 달성일로 관심 모은 30일, 전국 4개 구장은 북새통을 이뤘어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이날 입장관중 전원에게 바코드가 입력된 특별확인권을 교부했어요. 구장 출입구마다 설치된 스캐너를 통해 실시간으로 관중 숫자를 세기 위해서였어요.

물론 KBO 관계자들 전 구장에 출동했어요. 모두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순간, KBO 한 관계자의 말에 폭소 터져요. “이거, 어린이가 걸리면 돈 좀 드는데, 연세 지긋하신 분이 주인공 되면 모르지만….”

KBO는 1억번째 관중에게 프로야구 전 구장 평생무료입장권을 선물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프리패스만 준다고 끝날 일이 아니에요. 해당 관중이 무료로 야구장에 들어가면 뭐해요. 앉을 자리가 있어야죠. 결국 KBO가 구단으로부터 해마다 지정석 연간 회원권을 사놓는 수밖에 없어요. 대충 계산해 봐도 비용 만만치 않아요.

농담 삼아 한 말, 근데 현실이 됐어요. 중학교 1학년이 주인공이 되고만 거예요. 지금 KBO 직원들 모두 은퇴하고 할아버지, 할머니 될 나이에 이 팬은 30∼40대 가장일 거예요. KBO, 그야말로 한 턱 크게 쏜 셈이에요.


● 빈볼 퇴장에 아이스박스가 날아다니다니….



26일 잠실경기였어요. LG가 17-2로 앞선 5회말 KIA 4번째 투수 박경태는 앞서 큰 점수차에서 2차례나 도루한 LG 이대형의 머리를 향해 공을 날렸어요. 다음날 KIA는 “야구의 불문율을 어긴 데 대한 응징”이라고 주장하고, LG는 “3회에 7점차는 뒤집힐 수 있는 스코어”라며 반박했어요.

당연히 박경태는 주심으로부터 퇴장명령 받았어요. 어차피 퇴장 각오하고 던진 공, 덕아웃에 들어오니 동료들도 “잘했다”며 격려해줘요. 근데 덕아웃 뒤편에서 우당탕 소리 들려요. 얼음조각이 파편처럼 튀어요.

이게 뭔 시추에이션? 돌아보니 스키모토 투수코치가 아이스박스를 집어던진 거였어요. “쓸데없는 짓 했다”며 불같이 화를 내요. “곽정철까지 넣어야 하잖아”라며 고래고래 고함쳐요. 투수코치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불펜요원 모자란데, 다 진 경기에 불펜 필승카드까지 투입해야 하니 마뜩찮게 느껴졌나 봐요.

KIA 선수들 눈치 보며 슬금슬금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어요. 시베리안 허스키 같은 상황이에요. 같은 팀이라도 선수 입장, 코치 입장 다른가 봐요. 그것도 외국인 코치라면요.


● 강진이 시끄러웠나 봐요

이건 마치 조용필한테 지하철 타고 다니라는 시추에이션이에요. SK 김광현은 25일 삼성전에서 패전투수가 된 다음날 대구에서 전남 강진으로 ‘유배’됐어요. 대한민국 에이스의 귀양살이는 라스베이거스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SK라면 가능해요. 영감님의 애정표현이라나, 뭐라나요.

설상가상이라고 하필 SK 2군이 머물던 강진에 볼파크가 4개나 된대요. SK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팀까지 왜 그리 많이 모였는지…, 부딪치는 얼굴마다 ‘네가 여기 왜 왔냐?’고 묻는 통에 고역이었을 거예요.

게다가 1군에선 “엄하게 다루라”는 지령까지 떨어졌대요. 그래도 사람 좋은 SK 2군 감독님은 “알겠습니다” 해놓고 많이 다독였대요. 물론 첫 이틀간 운동장 20바퀴씩 뛰고 셋째 날 120구나 던져 폼도 교정했지만요. 그리고 밤차로 돌아와서 29일 불펜 대기, 30일 롯데전 선발등판해 승리를 얻었어요. 역시 ‘강진 도련님’보다 대한민국 에이스가 더 어울려요.


● 아시안게임 얼마 안 남았어요

광저우 아시안게임 예비엔트리 때문에 환호와 탄식이 엇갈렸어요. 엔트리 작성에 관여한 한 인사는 공식 발표를 하루 앞두고 김빠지게 ‘천기누설’까지 했어요. 소식 접한 구단들은 호떡집 불난 듯 첩보전 펼쳤고요.

그런가하면 엔트리 보고 뿔난 선수도 있었어요. 낼모레 은퇴인데, 병역면제 혜택은 아들한테 물려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막 열불이 나요. 엔트리 제출용으로 여권 준비해오라고 하니 성질부터 부려요. “어차피 안갈 거니까” 필요 없대요. 얘기 꺼낸 구단 직원 머쓱해져요. 누구는 못 달아 안달인 태극마크인데….

사실 이 선수 고집한 건 조범현 감독이래요. 4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 때처럼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최강 대표팀 꾸려야 한다나, 뭐라나. 맞는 말이에요. 어쩌면 광저우 아시안게임 땐 역대최고령 대표팀 볼 수도 있겠어요.


● 역시 가화만사성이에요

삼성의 ‘믿을맨’ 권혁, 요즘 ‘가화만사성’이라는 말 실감해요. 지난해 겨울 예쁜 아내 얻더니 야구가 술술 풀리고 있거든요. 게다가 최근에는 두둑한 보너스까지 받았어요. 아내의 임신 소식이에요. 축하인사에 연신 쑥스러워하던 무뚝뚝한 대구 사나이도 ‘예비아빠’라는 말에는 좋은 티 못 감춰요. 12주 된 아이의 태명은 ‘랑이’래요.

이유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태몽에 호랑이가 나왔기 때문이에요. 백호랑이띠에 호랑이 꿈이라니, 벌써부터 심상치 않아요. 두 번째는 “그만 물어보세요. 창∼피하게”라며 좀처럼 밝히려고 하지 않아요. 하지만 결국 ‘사랑이’에서 ‘사’자를 떼고 ‘랑이’로 지었다고 고백해요. 집 안팎으로 잘 풀리니 권혁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아요.


● ‘석민 어린이’ 미소 찾았어요


KIA 윤석민 30일 광주 한화전 끝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나흘 전 잠실 LG전에서 1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8실점했어요. 국내 최고 우완투수라는 명성이 무색한 순간이었어요.

한화전 앞두고 잠을 이루지 못했대요. 가슴 조마조마하며 마운드에 올랐는데 스트라이크존이 너무 좁게 느껴져요. 볼넷이 쏟아져요. 비까지 오락가락해요. 중간에 경기 중단돼 몸까지 굳어요. 타선은 평소처럼 약속이나 한 듯 안 터져요.

그래도 입술 꽉 깨물고 더 집중하고 온힘 다해 던졌어요. 그랬더니 타자들이 점수 뽑아줘요. 8이닝 2실점으로 승리 따낸 뒤 한 마디 하며 가슴 쓸어내렸어요.

“이겨서 다행이에요. 사실 천하무적 야구단으로 가야 하나 걱정했어요.” 엄살 섞인 한 마디지만 마음고생 얼마나 컸는지 느껴져요.

[스포츠동아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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