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야구 롤러코스터] ‘구장 벌떼 습격’ 부른 마일영의 호기심

입력 2010-06-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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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에 접어들었어요. 순위싸움이 치열해지고 무더위와 함께 불쾌지수, 스트레스도 팍팍 올라가요. 월드컵 열기가 쓰나미처럼 대한민국을 강타했지만 야구장에서도 많은 일들이 생겼어요. 지난주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롤러코스터를 타고 여행을 떠나요.# 야구장에 웬 벌집? ‘친환경 야구장’ 마산구장


마산구장 3루쪽 천장에 새 둥지 같은 것이 있어요
마일영, 생수병으로 맞히자 땅벌 수십마리 덤벼


지난주 마산구장에 황당 사건 발생했어요. 23일 3루쪽 원정 불펜 뒤, 방송 카메라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었어요. 천장에 제비 둥지처럼 뭔가가 똬리를 틀고 있어요.

저게 뭘까? 8개구단 투수 중 호기심이 가장 많아 ‘호기심 천국’, 다방면에 박식해 ‘만물박사’로 불리는 마일영, 호기심 발동에 빈 생수병 집어들고 투수답게 스트라이크 날려요.

그런데 땅벌이 쏜살처럼 날아와요. 그야말로 벌집 건드렸어요. 마일영 ‘걸음아 나 살려라’ 혼비백산해요.

이런 시베리안 허스키∼, 한여름에 닭살 오싹 돋는 납량특집이에요. 한바탕 소동 일자 뒤늦게 구장 관리인이 달려와요. 벌집 확인하고는 살충제 뿌려 땅벌 진압했어요.

웃어야하나 말아야하나. 1년에 프로야구 몇 번 하지 않는 마산구장이지만 야구장에 웬 벌집? 이제는 사라진 줄 알았던 ‘친환경 구장’ 명맥 이어가요.

# 친환경 구장 원조 광주구장에서 금괴 발견?


송신영, 광주구장 투구중 발에 딱딱한 물체 걸려
금인지 유물인지 헷갈려…알고보니 벽돌이었네

마산구장이 새로운 친환경 구장으로 떠올랐지만 과거 비만 오면 물방개가 출현했다는 광주구장은 ‘원조 친환경 구장’으로 이름 날렸어요. 그런데 그 광주구장 이번엔 다른 일 터졌어요.

마산 벌집 사건 하루 전인 22일, 8회말 KIA 공격 때 넥센 바뀐 투수 송신영이 마운드에 올라 연습투구를 하다 심판에게 신호 보내요. 왼발 내디딜 때 이상한 물체가 발에 걸렸기 때문이에요.

심판들 달려와 발길질 해보니 네모난 물체들이 하나둘씩 나와요. 멀리서 보기엔 금괴 같기도 하고, 고대 유물 같기도 하고. ‘웬 횡재냐!’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급실망. 마운드 만들 때 기초 다지기 위해 넣어둔 벽돌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었어요.

새마을 운동 시절처럼 구장 관리인들 손수레 끌고 출동해요. 벽돌 골라내고 다시 마운드 만드느라 경기는 6분간 중단.

안구에 습기가 동해안 파도처럼 밀려와요. 무등기 고교야구대회 소화하느라 마운드가 망가졌다지만 뭔 시추에이션인지, 이게 WBC 준우승 국가의 프로야구장인지. 해외토픽에 안 나온 게 다행이에요.



# 잠실에 나타난 니코스키에 긴장한 왈론드?


25일 잠실구장 두산 구단 사무실에 반가운 얼굴 있어요. 노란 머리, 하얀 얼굴, 오뚝한 코, 인자한 미소. 지난해 두산에서 뛰었던 용병 니코스키예요.

그를 보자 반가움이 심해(心海) 깊은 곳에서 밀려왔지만 한편으로는 궁금증이 용암 분출되듯 솟아났어요. ‘왈론드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새 용병을 찾는다고 하더니 혹시 니코스키?’
퇴출직전까지 갔던 왈론드가 기사회생해 잘 던지고 있는데 가슴 철렁할 일이 아닐 수 없어요.

하지만 니코스키는 다시 일본무대를 밟기 위해 테스트 준비중. 시차적응과 컨디션 조절차 한국을 찾았고, 18일부터 두산 이천 베어스필드에서 3일 동안 훈련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왔대요.

어쩐지 얼굴이 하얗게 됐어야할 왈론드, 구단사무실에서 니코스키 만나 밝은 얼굴로 대화중이었어요. 두산도 백조로 거듭난 왈론드 덕분에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들다는 ‘용병 찾기’는 잠시 보류한 상태. 왈론드, 두 발 뻗고 자도 괜찮아요.



# 시즌 중 군입대? 이런 ‘퐝당 시츄에이션’이 있나!


한화 송광민, 곧 입영열차에 올라요. 시즌이 한창인데 무슨 길거리에서 뺨 맞는 소리냐고요? 쌍둥이 두 동생이 군복무하는 동안 입대 미뤘는데, 막내가 얼마 전에 제대했어요. 병역법상 더 이상 입대 미룰 수 없게 됐어요.

문제는 이렇게 빨리 입대영장 나올지 아무도 몰랐다는 거예요. 시즌 끝난 뒤라면 상무나 경찰청 문이라도 두드려 봤을 텐데, 갑자기 일 터지니 꼼짝없이 1급 현역입대예요. 그 ‘흔한’ 부상도 없어 공익근무도 못 해요.

게다가 김태완도 이번 시즌 끝나면 군대 갈 차례. 만약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못 가거나, 가서 금메달 못 따면 한화 큰일 나요. 하지만 자업자득이라 어디 하소연도 못 해요. 다른 팀은 보낼 선수 빨리 보내고, 안 보낼 선수 대학원에 묶어두면서 밀물 썰물 관리 잘 해왔어요.

하지만 한화는 대비조차 안 돼 있었으니 할 말 없어요. 한대화 신임 감독과 함께 야심차게 팀을 리빌딩하겠다던 한화, 이제 방출선수와 베테랑이 모여드는 팀 됐어요. 이거 리빌딩인지 리모델링인지. ‘한화 이글스’, 팬들이 볼 땐 ‘화나 이글스’예요.

# 슬픔에 잠긴 야구장, 스트레스 받지 맙시다

지난주 야구계엔 하루가 멀다 하고 비보가 날아들었어요. KIA 김동재 코치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는데, 넥센 홍보팀 이화수 대리가 암투병 끝에 32세의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해 또 한번 주위를 안타깝게 했어요. 야구계는 슬픔과 충격 속에 김 코치의 쾌유와 이 대리의 명복을 빌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큰일에 가려져 알려지지 않았지만 모 구단 홍보팀장도 혈압이 너무 높아져 집에서 지난 주말까지 요양해야 했어요. 최근 소속팀 감독이 연일 사건(?)을 벌이면서 이를 뒤처리하느라 사방팔방 뛰어다녀야했기 때문이에요.

마치 봇물 터지듯 하나 막으면 다른 일이 터지고, 다른 쪽 가리면 또 다른 쪽이 터졌기 때문이에요. 자칫하면 쓰러질 수도 있는 한계상황. 급기야 단장이 더 큰 일 생기기 전에 휴가 보내버렸어요. 그라운드에서 뛰지 못하는 코치들과 야구 관계자들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에요.

요즘 야구계에서는 너도 나도 만나기만 하면 “스트레스 너무 받지 말고 살자”고 말하는 게 유행이 돼버렸어요.[스포츠동아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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