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야구 롤러코스터] ‘의자 생쇼’ 로페즈,웬 얌전모드?

입력 2010-07-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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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 뒷담화 이제는 말해 볼래요”

7월 날씨 종잡기 어려워요. 어떤 날은 숨쉬기도 힘들 만큼 무덥고, 어떤 날은 예고 없이 장맛비가 찾아와요.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도 힘들지만 야구 보는 팬들도 힘들어요. 그래도 프로야구는 재밌고, 롤러코스터는 오늘도 신나게 돌아가요.
○콜론의 한국 적응기

KIA 외국인 투수 콜론, 한국생활 시작한 지 몇 달 안됐지만 로페즈보다 한국말 더 잘해요. 친화력 좋고 마음씨도 푸근해 여기저기 잘 어울리다보니 자연스럽게 한국말 늘어요. 최근에는 신기한 단어 하나 배워 써먹어요. 동료들이 짓궂은 표정으로 말하면 받아쳐요. 그러면 모두 까무러쳐요. 이 단어는 다름 아닌 ‘반사’. 다들 웃으니 기분 좋은 콜론, 얼마 전 ‘반사’ 때문에 크게 한 건 했어요. 수비훈련 때였어요. 스키모토 코치가 실수한 콜론 보고 미소와 함께 “바보”라고 외쳐요. 콜론, 그 순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반사” 외쳤어요. 동료투수들 배꼽 잡고 쓰러지고 말았어요. 한국말 서툰 스키모도 코치만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했어요. 사실 KIA 외국인 선수 콜론만 웃기는 게 아니에요. 콜론 웃긴 거와 다른 의미지만 로페즈도 큰 거 한방 제대로 터뜨렸어요. 6월 30일 SK전 승리 날아가자 덕아웃에서 의자 던지고 ‘쌩쇼’ 했어요. 안 그래도 연패 중인 팀 분위기 일순간에 시베리안허스키 됐어요. 더 황당한 건 난리치던 로페즈, 잠시 후 조용히 커피 한잔 손에 들고 덕아웃으로 돌아왔다는 거예요. 그리고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얌전히 경기 봤어요. 이런 우라질네이션. 그래도 눈치는 있나 봐요. 다음 날 훈련 중 덕아웃에 앉아 있던 로페즈, 주위 사람들이 멀리서 얘기 나누는 모습 엿들어요. 그리고는 “로페즈” 소리만 나와도 고개 홱 돌려봐요. 자기가 저지른 만행이 찔렸나 봐요.



○소나기에 번개 맞은 이대형

4일 잠실구장에 롯데와 LG가 맞붙었어요. 롯데가 8회초 2사 3루서 공격할 때까지 6-2 리드. 그런데 느닷없이 하늘에 먹구름 몰려와요. 하늘 위에서 샤워기 튼 것처럼 주먹만한 비가 퍼붓기 시작해요. 그라운드는 순식간에 저수지. 경기 중단시킨 뒤에도 비는 멈출 줄 몰라요. 김병주 주심이 양쪽 덕아웃에 “어렵겠다”며 사인을 내요. 그러자 박종훈 감독 펄쩍 뛰어요. 뒤지고 있어서? 틀린 말 아니에요. 그런데 그보다 더 큰 이유 있어요. 박 감독 “우리 기록이 하나 있어. 조금만 더 기다려줘”라며 심판에게 사정해요. 그래도 심판은 매정하게 손사래 쳐요. 결국 강우콜드게임. 박 감독이 안타까워한 것은 바로 이대형 연속경기출장 기록이 중단됐기 때문이에요. 이대형은 2007년 9월 2일부터 전날까지 353경기 내리 출장하고 있었어요. 최근 타격 컨디션 떨어진 데다 이날 상대투수가 좌완 장원준이라 일단 선발명단에서 뺐어요. 그래도 기록 알고 있는 박 감독, 경기 후반 장원준 바뀌면 대타 내세우려 했는데 도로아미타불. 기록이 빗물에 떠내려가고 말았어요. 이런 쓰나미 같은 경우를 봤나. 그러고보니 일본 간 이범호 떠올라요. 2008년 6월 4일 광주 KIA전. 허리 아파 선발명단 빠졌는데 그때도 예고 없이 내린 비 때문에 7회 강우콜드게임 되면서 연속경기출장 기록이 615경기에서 끝장나고 말았어요.


○홍성흔 이대호 “무슨 일 있었어요?”

3일 잠실구장은 뜨거웠어요. 날씨도 뜨거웠지만 롯데 LG 양팀 방망이 화끈하게 달아올랐어요. 칠 때마다 안타, 이닝마다 득점…. 연장 11회에 롯데가 14-13으로 이겼지만 양팀 마운드 벌집 혹은 쑥대밭이 됐어요. 양 팀 합쳐 22이닝 동안 무려 14이닝에서 득점 나왔어요. 신기록이래요. 5시간 21분간의 혈투. 보는 사람도 진 빠지는데, 이 더위에 경기한 선수들은 안 봐도 비디오에요. 다음날 모두들 선수들에게 “괜찮냐”고 안부 물어요. 그런데 롯데 이대호 홍성흔 이겨서 그런지 씩씩해요. 돌아오는 대답은 “뭔 일 있었어요?”. 그러더니 한마디 덧붙여요. “우리 팀은 이런 경기 일과잖아요.” 그러고보니 4월 9일 사직에서 밤 12시 땡 칠 때까지 야간경기 벌이기도 한 롯데에요. 당시에도 롯데는 14점 뽑았지만 한화에 15점 내주는 바람에 졌어요. 이젠 5시간 경기쯤은 이골이 났나 봐요. 만담은 계속 돼요. 이대호 “우린 남아도는 게 체력이에요”라며 양념 쳐요. 홍성흔 부대찌개에 라면 사리 넣는 것처럼 너스레 들어가요. “7회 이후 되니까 다들 타석 들어갈 때 배팅훈련하러 들어가는 것처럼 생각하더라고. 양 팀 합쳐 강민호만 안타 못 쳤어.” 주위 폭소 터져요. 강민호 하소연해요. “프로텍터가 땀에 절어 지금 말리고 있잖아요. 얼마나 힘들었는데….” 홍성흔 웃으며 그제야 이실직고해요. “더워 죽겠는데 경기는 안 끝나고. 다들 얼마나 힘들었겠어? 그래도 난 괜찮았어. 수비는 안 했잖아. 지명타자니까.” 또 한번 폭소 터져요.


○화해의 장이 된 장례식장



한국야구위원회(KBO) 조종규 심판위원장이 3일 모친상을 당했어요. 심판들, 기록원들, 구단 프런트들, 야구인들, 야구기자들…. 야구 관계자들 장례식장으로 조문 발길 줄을 이어요. 그런데 조문객 받느라 정신없을 상주지만 직업을 속일 수는 없었나 봐요. 한 심판위원이 3일 잠실경기가 난타전 끝에 밤늦게 끝나자 전화로 보고했대요. 그때 조 위원장의 말, “휴대폰 DMB로 보고 있었다.” 올 시즌 유난히 판정시비, 오심논란 잦아요. 그래서 심판위원장 신경이 더욱 곤두설 수밖에 없어요. 매일 4개구장 경기 상황 체크하며 심판들에게 판정 놓고 격려 질책 가하고 있어요. 4일 조문 온 프로야구 감독들, 심판위원장이 모친상 와중에도 DMB로 경기 지켜봤다는 얘기 듣고는 숙연해졌어요. 조금 전 그라운드에서 항의로 얼굴 붉히던 심판과 감독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악수하며 웃기도 했어요. 그라운드를 떠나면 모두가 야구 선후배. 야구장에 돌아가면 다시 핏대 세우며 싸우겠지만 이날만큼은 심판과 감독들 분위기 훈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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