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홍성흔은 ‘야구를 잘 한다’는 느낌을 넘어 ‘어떤 경지에 올랐다’는 인상을 준다. 입을 열 때마다 ‘팀’과 ‘동료’를 얘기한다. 막강 팀 타선 속에서 그 자신이 빛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스포츠동아DB
‘100타점 -4’ 커지는 고민
15일 넥센전 대승 상황서 스윙 커져팀 배팅 대신 타점욕심 비난받는 기분
“잘쳐도 부담 못쳐도 부담” 긴 한숨
현재 성적표요? 이대호 덕 좀 봤죠
전반기가 채 끝나지 않았지만 100타점까지 ‘-4’다. 0.353의 고타율을 기록 중이고 홈런도 22개나 때렸다.
개인성적만 뛰어난 게 아니다. 16일까지 결승타 11개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팀에도 영양가 만점의 활약. 롯데 홍성흔(33)의 현재까지 성적표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다.
○“100타점? 그보다 팀 위해 번트라도 대고 싶다”
홍성흔은 사실 남모를 부담감을 안고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100타점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그 부담감이 더욱 커졌다.
사연인즉 이렇다. 15일 목동 넥센전. 그는 이미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8회 2사 만루서 싹쓸이 2루타를 쳤다. 이 안타로 96타점째를 올렸다.
하지만 16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홍성흔은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후속타자가 계속 득점을 올릴 수 있도록) 팀 배팅을 하지 않고 개인타점 욕심에 스윙이 커졌다는 비난을 받는 기분이었다”며 씁쓸해했다. 팀에게도 추격무드를 만들어주는 귀중한 점수였지만 그는 “이대호와 가르시아가 내 뒤에 있고, 테이블세터가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는데 마치 내 욕심만 채우려고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라며 아쉬워했다.
그렇다고 제 스윙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혹 병살타라도 쳐 득점기회가 날아가면 그 또한 마이너스다. 홍성흔은 “잘 쳐도 부담, 못 쳐도 부담”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고는 “노아웃 1·2루가 됐을 때는 팀이 이길 수만 있다면 번트라도 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대호와 좋은 경쟁, 함께 잘 되고 싶다”
홍성흔의 뒤에는 이대호가 있다. 이대호는 지금까지 타율0.362, 28홈런, 84타점을 기록하며 홍성흔과 타격 부문(타율·타점·홈런) 1·2위를 다투고 있다.
경쟁의식이 클 만도 하지만 홍성흔은 “이대호가 뒤에 있기 때문에 투수들이 나와 정면승부를 하고, 그래서 지금의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이)대호는 정말 잘 됐으면 하는 친구”라며 엄지를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홍성흔이 이렇게까지 이대호에게 고마움을 드러내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올 시즌 대호가 중고참급답게 동료 한 명 한 명을 다 챙기더라. 팀 생각도 많이 한다”며 “내가 다쳤을 때도 ‘형 아프시면 안 됩니다. 얼른 나아서 팀을 위해 뛰어주십시오’라는 문자가 와서 감동 받았다. 좋은 경쟁을 하고 있고 서로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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