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기자의 야생일기] 퓨처스리그도 지역연고제 도입을…

입력 2010-07-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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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기장에서 만난 LG 박종훈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 “2군 경기도 최소 1000원이라도 입장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최근 야구 열기와 함께 퓨처스리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이 중계를 하고, 종종 야간경기도 열린다. 특히 젊은 여성팬이 많은 LG의 경기도 구리 퓨처스리그 구장에는 심심치 않게 관중이 들고 있다.

퓨처스리그의 모든 경기는 무료입장이다. 대부분 찾아가기 힘든 곳에서, 그것도 낮 시간에 열리기 때문에 안 그래도 ‘어려운 걸음’을 하신 손님들에게 관람료를 받기가 민망해서다.

그러나 박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단순히 수입 측면이 아니라 퓨처스리그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유료관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박 감독은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제외한 7개 구단 사령탑 중 유일하게 2군 감독을 거쳐 1군 사령탑에 올랐다. 그만큼 퓨처스리그에 대해 자신만의 철학이 확고하다. 박 감독은 “퓨처스리그 선수들이 경기를 보기 위해 멀리서 찾아와 입장료까지 낸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는 책임감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퓨처스리그 선수들이 꼭 깨달아야 할 프로선수의 마음가짐을 강조한 말이다.

함께 자리한 선배 기자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현재 프로야구팀 연고지가 아니지만 야구장이 있고 비교적 큰 도시인 수원, 춘천, 청주, 창원, 군산, 전주 등지에서 퓨처스리그 경기를 열면 관중도 늘고 선수들의 기량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얘기였다.

고개를 끄덕이던 박 감독이 한 가지를 더했다.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미국처럼 코치와 선수 연봉은 구단이 책임지고 운영은 각 지역 사업자나 단체가 맡으면 프로야구의 팬층도 넓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수익도 낼 수 있지 않을까?” 야구경기 자체를 순수하게 즐기는 팬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프로야구가 축구, 농구, 배구 등을 제치고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올라선 데는 지역연고제 정착이 큰 역할을 했다. 퓨처스리그도 특정 연고지에 뿌리를 내리면 활짝 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이참에 군산 타이거즈, 춘천 베어스, 창원 자이언츠 등 이름까지 바꿔 새로운 연고지를 개척하는 것은 어떨까?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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