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오선진. 스포츠동아 DB
한화 내야수 오선진(21·사진)은 국가대표가 꿈이다. “아쉽게도 제가 학교 다닐 때 청소년 대표 한번을 못해봤어요.” 진심으로 아쉬운 눈치다. 고3 시절인 2007년, 디펜딩 챔피언 한국이 세계청소년대회 대표팀을 꾸렸지만 오선진의 이름은 없었다. 라이벌이었던 화순고 김선빈(KIA)은 물론 한 학년 아래인 서울고 안치홍(KIA)이 승선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성남고 오선진도 주목받는 유격수였다. 하지만 1년 후배들이 너무 강했다. 안치홍을 필두로 경북고 김상수(삼성), 경기고 오지환(LG), 광주일고 허경민(두산)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처음엔 자극을 많이 받았죠. 전국대회나 연습경기 때 늘 그 친구들이 잘 하는 모습을 봤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조급한 마음을 버렸다.
당장 광저우아시안게임 출전을 바란 적도 없다. 이제 프로 3년차. 앞으로 많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 멀리 보고 있어요. WBC도 좋고 아시안게임도 좋아요. 태극마크를 달고 뛸 수만 있다면요.”
고2 마지막 대회였던 2006년 추계 서울시 고교대회. 성남고는 우승했고, 오선진은 5관왕이 됐다. 홈런·타점·도루왕에 타격 2위, 그리고 MVP. 그의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있는 시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입단 후 성적에 대해서는 스스로 “기대만큼 못해낸 것 같다”고 했다. 입단 첫 해 전지훈련부터 조금씩 꼬였다.
고3 전국대회 때 갑작스레 땜질 선발로 나섰던 후유증이 어깨에 고스란히 남아 그를 괴롭혔다. 그래도 ‘서울로 돌아가라’고 할까봐 치료 받고 싶다는 말을 못했다. “송구에 힘이 없고 정확도가 자꾸 떨어졌어요. 작년에 79경기에 나갔는데도 송구 때문에 실책 10개를 했을 정도니까요.” 물론 이제는 통증이 싹 사라졌다. 지난 겨울 제대로 된 관리를 받으면서 수비훈련에 매진한 덕분이다. 올 시즌 오선진이 73경기에서 기록한 실책은 단 1개. 줄어든 실책수와 자신감은 당연히 반비례한다. 아직 그에게는 많은 것이 낯설다. 조리 있게 말을 잘 하는 편인데도, 몇 주 전 처음으로 해본 TV 수훈선수 인터뷰에서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얼어붙어 버렸다. “하도 인터뷰를 안 해봐서 적응이 안됐어요.” 멋쩍게 웃어버린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능숙해지기 전에는 서툰 시기를 거치는 법.
오선진은 말했다. “올해가 저에게 좋은 기회라는 걸 알아요. 긴장도 많이 하고 있어요. 하지만 욕심 내지 않고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차근차근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 저에게도 ‘때’가 오리라고 믿어요.” 기회는 더 높이 뛰어올라 낚아채는 자의 몫이다. 지금 오선진은 신중한 도움닫기를 하고 있다.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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