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끼’에서 70대 노인으로 파격 변신한 정재영. ‘실미도’ ‘웰컴 투 동막골’ 등으로 이미 여러차례 흥행 맛을 본 그는 영화 ‘이끼’에 큰 욕심이 없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관객수는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30년 나이 뛰어넘은 표독스런 노인역
원작 독자들“미스 캐스팅” 비난 봇물
막상 뚜껑 열리자 언론 등 찬사 쏟아져
배우 정재영은 1996년 ‘박봉곤 가출사건’으로 영화에 데뷔해 지금까지 약 20편에 출연했다. 이런 관록을 가진 그에게도 14일 개봉한 최근작 ‘이끼’(감독 강우석·제작 시네마 서비스)는 크나큰 도전이었다.
마흔의 수더분한 얼굴로 친숙한 그가 일흔의 표독스런 노인을 연기해야 하는 부담도 컸다. 더욱 힘들었던 것은 출연소식이 알려지면서 원작 만화의 애독자들로부터 “미스 캐스팅”이라는 비판에 시달려야했던 것. 정재영에게는 배우 생활 처음으로 “안티를 경험”한 것이었다. 그는 동명의 만화가 원작인 ‘이끼’에서 비밀스런 한 마을을 지배하는 전직 경찰관 출신의 천용덕 이장을 맡았다.
“원작이, 그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작품인지 몰랐어요. 개봉이 되고난 지금도 부담을 갖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될지 궁금하고 두려운 걸요.”
정재영은 처음 자신을 천용덕으로 캐스팅하려는 강우석 감독에게 “외모도, 나이도, 키도 안 맞는다. 불안하고 자신이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나 “그렇다면 나도 만화를 영화로 만들 필요가 없다. 캐스팅이 (대중에 의해)다 정해져 있는 대로 하면 무슨 재미냐. 나는 나대로, 너는 너의 방식대로 하면 된다”는 감독의 설득에 끝내 따르기로 했지만, 촬영을 시작해서도 확신은 여전히 없었고 막연했었다고.
이렇게 그의 캐릭터에 회의적이었던 시선은 ‘이끼’의 시사회가 열린 뒤 바뀌었다. 배우들의 연기와 강우석 감독의 연출에 대한 평단과 언론의 찬사가 쏟아졌고, 천용덕을 연기한 정재영의 변신은 자연스레 기대와 궁금증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영화에서 천용덕이 과자를 먹으며 인터넷으로 고스톱을 치는 장면, 매우 큰 글씨로 쓰인 메모를 읽는 장면 등의 맛깔 나는 유머는 원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장면이다.
“큰 욕심은 없어요. 손익분기점 정도만 넘으면, 고생하신 분들이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요.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도 관객수는 많았으면 좋겠어요.(웃음)”
정재영은 ‘실미도’로 한국영화 최초 1000만 영화의 배우라는 영광도 맛봤고, ‘웰컴 투 동막골’로 800만의 환희도 느껴본 흥행 배우다.
“매 작품마다 그랬지만, ‘이끼’도 전작보다 조금이라도 배움이 있고, 발전할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하는 것이 소망입니다.”
정재영은 ‘실미도’와 ‘강철중’에 이어 ‘이끼’에도 출연하며 ‘강우석의 페르소나’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의 다음 작품도 이미 강우석 감독과 함께 하는 ‘글러브’. 정재영은 “좋은 시너지 효과를 계속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차기작 ‘글러브’는 농아학교인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휴먼 드라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