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오픈 웨스트호이젠 깜짝 우승

입력 2010-07-19 17: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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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회 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에서 루이 웨스트호이젠(남아공)이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19일(한국시간) 골프의 성지라 불리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7천305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웨스트호이젠은 이글 1개와 버디 1개, 보기 2개로 1타를 줄이며 클라렛저그(우승컵)를 손에 넣었다.

2라운드부터 선두에 올랐던 웨스트호이젠은 나흘 내내 언더파를 쳐 2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9언더파 279타)를 무려 7타차로 따돌렸다.

하지만 운도 따른 우승이었다.

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그야말로 거친 자연과의 싸움이다. 날씨에 따라 하루에도 수많은 변화가 생긴다.

웨스트호이젠은 강한 비바람을 절묘하게 피해갔다. 1라운드에서는 오후조로 나섰고, 둘째 날은 오전에 라운드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득을 봤다.

경쟁자들이 날씨 때문에 고전하는 동안 웨스트호이젠은 첫날 7언더파, 둘째날 5언더파를 치며 멀찌감치 앞서나갈 수 있었다. 반면 리 웨스트우드는 둘째날 오후조로 플레이하면서 1타를 줄이는데 그쳐 벌어진 타수차를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 가운데는 정연진(20)의 활약이 눈부셨다.

브리티시아마추어챔피언십 우승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정연진은 최종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치며, 최종합계 4언더파 284타로 공동 14위를 기록해 아마추어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실버메달을 수여받았다.

정연진은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자신감을 얻었다”며 “아마추어 자격을 유지해야 내년 마스터스에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프로 전향은 마스터스 이후가 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한편 메이저챔피언 양용은은 최종라운드에서 2타를 잃으며 최종합계 3오버파 291타를 기록해 공동 60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재미교포 나상욱(27·타이틀리스트)은 2언더파 286타로 공동 27위, 김경태(24·신한금융그룹)는 공동 48위(1오버파 289타)로 대회를 마쳤다.

웨스트호이젠의 우승은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대회 흥행 면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아내와 이혼하고, 퍼터까지 교체해가며 세 번째 브리티시오픈 우승 사냥에 나선 타이거 우즈(미국)는 한 번도 선두권에 들지 못하고, 마지막날 이븐파 72타를 치는데 그치며 결국 공동 23위(3언더파 285타)로 대회를 마감했다.

세계랭킹 2위인 필 미켈슨도 1라운드부터 고전하며 일찌감치 우승권에서 멀어져 팬들의 관심을 사지 못했다.

브리티시오픈은 방송 중계권료만 250억, 후원 기업의 스폰서 비용 120억, 입장료 131억원 등 수천만달러가 오고가는 돈잔치다. 소문난 잔치에 톱스타들의 극적인 승부도, 이렇다할 명장면도 연출되지 않았으니 주최측이나 스폰서들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 웨스트호이젠은 누구?

테니스 선수 출신인 웨스트호이젠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테니스를 그만둬야했고, 1999년 유망 골프 선수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어니 엘스 재단을 만나면서 골프선수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1년여만에 남아공 국가대표로 선발된 웨스트호이젠은, 2000년 월드주니어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각종 아마추어 대회에서 승수를 쌓으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2003년 프로로 전향한 뒤부터는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7년여 동안이나 무명생활을 하던 웨스트호이젠은 지난 3월 유럽프로골프투어 안달루시아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두며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골프팬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다시 4개월만에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쉽게 우승을 꿈꾸지 못하는 메이저대회중의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하며 오랜 무명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웨스트호이젠은 2002년 어니 엘스(남아공)의 우승 이후 8년만이자, 남아공 선수로서는 네번째로 브리티시오픈 우승자가 됐다.

웨스트호이젠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 특히 어니 엘스에게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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