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힘’ 2년연속 구원왕 질주
부모님, 아내, 새로 태어난 아이, 여자친구…. 프로야구 선수들 뒤에는 그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
2년 연속 구원왕을 꿈꾸는 두산 이용찬(22·사진)에게 가장 큰 조력자는 바로 아버지 이보선(49) 씨다. “세이브를 기록할 때마다 가장 기뻐하는 사람이 누구예요?” “아버지요.” “힘들 때 누가 가장 힘이 돼요?” “아버지죠.” 아직 짧지만 이용찬의 야구인생을 얘기하다보면 아버지, 이 세 글자가 빠지지 않는다. 이 씨는 아들을 위해 뭐든 해주는 ‘슈퍼맨’과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일화를 하나 공개하자면, 얼마 전 이 씨는 2년 연속 풀타임 출장하는 아들의 체력이 떨어질까 귀한 산삼 2뿌리를 구해왔다. 그중 잔뿌리를 하나 떼어내 아들에게 2시간 동안이나 씹어 먹게 했다. 그래야 효험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산삼을 먹었더니 기운이 빠진다”는 아들의 투정에도 이 씨는 “투구할 때 힘을 너무 줘서 던지기 때문에 힘 빼고 던지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말로 달랬다.
이용찬은 그 다음 열린 3연전에서 2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동안 두산의 타력이 워낙 좋아 세이브할 기회가 좀처럼 없었지만 때마침 2번의 기회가 왔고 모두 세이브를 올렸다. 우연이었는지, 산삼의 효험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들을 끔찍히 생각하는 아버지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다’는 말에 이용찬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뿐만 아니다. 이 씨는 이용찬이 투타를 병행하던 중학교 시절, 손에 땀이 많이 나 힘들어하는 그를 위해 전국을 수소문해 약을 지어오는 등 아들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발품을 팔았다.
이용찬에게 아버지가 ‘행동파 조력자’였다면 마음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또 다른 응원군도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 함께 살았던 할머니다. 할머니는 야구를 전혀 모른다. 그래도 이용찬은 ‘주위에서 손자가 잘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함박웃음을 짓는’ 할머니를 위해 공을 힘껏 던진다. 올해 22세이브를 올리며 세이브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 모두 가족의 보살핌 덕분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부족한 게 많다”고 말하는 그지만 가족을 위한 이용찬의 역투는 오늘도 계속된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