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스포츠] 2군선수 살리고 전력평준화 기여, 한국식 ‘룰5 드래프트’ 도입을…

입력 2010-08-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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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프로야구는 3강 3중 2약이 고착화되고 있다. 문제는 2약, 한화와 넥센이다. 이 상태로는 내년 시즌도 장담하기 힘들다. 승률 4할 이하의 팀은 훈련이나 전술만으로는 전력을 끌어올리기 힘들다. 게다가 한화와 넥센은 2군에서도 끌어올릴 만한 선수가 없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올시즌 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전력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 프로야구 전체로 봐서도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지난 수십 년 간 전 세계 프로스포츠의 대부분은 리그의 흥행을 위해 전력평준화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드래프트제도의 도입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전력보강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신인드래프트, 트레이드, 외국인선수 활용, FA선수 영입 등이 있다.

그러나 제한된 자원과 리그규모로 인해 트레이드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고, 야구종목의 특성상 신인선수는 당장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괜찮은 FA선수는 해외진출에 관심 있고, 영입하기에는 보상금액이 너무 크다. 외국인 선수도 영입에 알려진 것 이상으로 큰돈이 들어가고 있다. 현재의 제도로는 엄청난 금액을 쏟아붓지 않는 한 전력보강이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름대로 의미있는 제도는 메이저리그에서 적용하는 있는 ‘룰5 드래프트’의 도입이다. ‘룰5 드래프트’는 2군선수가 일정기간 1군 엔트리에 들지 못하거나 1군에 등록일수가 일정기간 미만일 때 다시 드래프트시장에 나올 수 있는 제도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3년 이상 마이너리그에 있거나, 18세 이전 입단 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4년을 뛰면 자격을 얻는다. 이 제도의 취지는 유망한 마이너리그의 선수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물론 유망주를 육성한 구단은 그냥 선수를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일정금액을 받을 수 있고, 또한 ‘룰5 드래프트’에 의해 지명되는 선수는 부상이 아닌 한 일정 기간 무조건 1군에 등록되어야 하기에 쉽게 지명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2군 유망주에게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 메이저리그의 ‘룰5 드래프트’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사정상 무리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 보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래전 삼성에 이승엽과 같이 입단한 유망한 선수가 있었다. 계약금과 연봉도 이승엽과 같이 받았고 스프링캠프에서도 비슷한 기량을 선보였지만 포지션이 겹쳤다. 이승엽이 왼손타자라는 이점으로 그해 바로 1군에 입성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후 그는 2군에서 수차례 홈런왕을 기록했지만 기회가 없었다. 다른 팀에서 원했지만 ‘트레이드 불가’선수였다. 다른 팀에 가서 잘할까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유망한 선수도 2군에서 몇 년 있으면 기량이 퇴보할 수밖에 없다. ‘룰5 드래프트’가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지금도 적지 않은 선수가 그렇게 ‘죽어가고’ 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들을 구제해야 한다. ‘룰5 드래프트’는 최소한의 전력평준화와 기회부여라는 측면에서 시급히 도입돼야 할 제도다.


전용배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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