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오 우승 소감] 마지막 찬스잡자 이악물어

입력 2010-08-08 17: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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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기뻐서 다른 말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지난 몇 개 대회에서 마지막 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마음고생이 많았다. 또 다시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이를 악물고 쳤는데 좋은 결과가 이어졌다.

특별히 스스로 부담감을 주었던 건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마지막 날만 되면 스윙이 흐트러졌다. 원래 긴장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은 편이다. 잠도 잘 자지 못하는 편이다. 어제도 11시반 경 잤는데 4시쯤 일어났다.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글을 한)15번홀은 항상 뒷바람이 불었다. 좁은 홀이지만 거리를 내기 위해 티를 높게 꽂고 세게 쳤다. 오른쪽 러프에 떨어졌고, 핀이 오른쪽 뒤편에 위치했는데, 에지에 떨어뜨린다는 생각으로 컷 샷을 쳤다. 그게 때마침 잘 맞아 떨어졌다. 제가 생각해도 소름끼칠 정도로 잘 맞았다. 핀까지 200야드 남아 있었고 6번 아이언으로 쳐 홀 1.5m 정도에 붙었다.

허석호, 김형태 프로님이 일본투어에 다니면서 많이 조언해줬다. 어제도 ‘쉽게 오지 않는 기회 잘 잡아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줬다.

부정맥을 앓게 된 건 오래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부정맥 판정을 받고 시술을 받고 골프를 계속했다. 완치가 된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골프를 하면서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특히 힘들 때 많이 뛰는 걸 느꼈다.

15번홀에서 티샷 후 발작이 생겨 가라앉히기 위해 심호흡했다.

심장이 일정하게 뛰지 않거나, 잠시 멈출 때도 있다. 어지럽기도 하다. 되도록 빠른 시일 내 다시 치료를 받을 생각이다. 어릴 때 수술대에 오를 때 무서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조금 미루고 있다.

올 겨울 다시 일본과 미국 Q스쿨에 참가할 예정이다. 아버지와 상의한 끝에 미국과 일본을 동시에 도전해 통과하는 곳에서 열심히 해보자고 결정했다. 어려서 고생하는 것이 커서 하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름은 영세명이다. 여동생은 솔리나, 남동생은 다니엘이다.

제주|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 | K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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