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프린터’라고 하면 당연히 컬러 프린터를 생각하지만, 막상 사용하다 보면 컬러로 출력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 학교에 제출하는 리포트도 그렇고, 회사에서 사용하는 서류들도 그렇고, 웹에서 긁어모은 정보들도 그렇고… 대부분 흑백 출력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다고 해서 쓰고 버리는 쿠폰 같은 걸 출력하기 위해 굳이 컬러 잉크나 토너를 소모하는 것은 참으로 아까운 일이다.
일반 가정이나 작은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프린터는 흑백으로도 충분(일부 예외가 있을 수도 있지만…). 하지만 요즘 잉크젯 프린터 중에서는 흑백만 출력하는 제품을 찾기가 더 어렵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레이저젯 프린터 중에서 흑백 출력만 지원하는 제품들이 종종 출시되고 있는데, 이번에 살펴볼 HP 레이저젯 프로페셔널 P1102w(이하 P1102w) 역시 그러한 제품 중 하나다.
책상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레이저젯 프린터
과거의 레이저젯 프린터들은 덩치가 거대하여 가정이나 소규모 사무실에서는 사용하기 좀 부담스러웠으나, 요즘에는 (구형) 잉크젯 프린터와 비슷할 정도로 아담한 사이즈의 제품도 많아졌다. P1102의 크기는 가로 34.9cm, 세로 23.8~41.0cm, 높이 19.6~22.8cm로 컬러박스 위나 책상 한쪽 구석에 올려놓기에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다.
P1102w 윗면에 A4 용지를 올려본 모습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이며, 모서리 부분을 모두 곡선으로 처리하여 전자제품이 가지는 딱딱한 인상을 줄였다(부수적인 효과지만 지나가다가 부딪혀도 아프지 않을 것 같다). 눈에 잘 들어오는 전면과 측면은 하이그로시 코팅의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고, 출력물이 배출되는 부분에만 무광택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하이그로시 코팅이 된 플라스틱에는 지문이 굉장히 쉽게 묻어나는데, P1102w는 비교적 지문이 남지 않는 편이라 사용하는데 부담이 적다. 단, 용지 배출부에 먼지가 잘 쌓이는 편이니(안쪽으로 움푹 팬 구조인데다가 검은색이라 더 눈에 잘 띈다),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윗면을 무언가로 덮어두는 것이 좋을 듯싶다.
용지 거치대 끝 부분까지 모두 둥글게 처리되어 있다
손쉬운 설치, 연결
P1102w를 사용하려면 전원선을 꽂고 USB 케이블로 PC와 연결만 하면 된다. 전원을 켜면 PC에서 알아서 프린터를 인식하고, 자동으로 드라이버 및 필수 프로그램의 설치 단계로 넘어간다. 화면의 지시에 따라서 클릭 몇 번만 하면 설치 완료. CD를 이용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설치되는 만큼, PC 포맷 후 드라이버 CD를 어디다 뒀는지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P1102w는 무선랜(802.11 b/g 규격)을 지원하므로, 유무선 공유기를 사용하는 환경이라면 USB 케이블이 아니라 무선으로 PC와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다. 드라이브 설치 중간에 USB로 연결할 건지,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할 건지 물어보는 화면이 나오므로 원하는 방식을 선택하여 설치하면 된다(무선랜 구성은 나중에도 바꿀 수 있다). 단, 프린터와 PC가 같은 네트워크상에 있어야만 무선 연결이 가능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 가정과 같이 유무선 공유기 하나만 놓고 쓰는 환경에서는 문제가 생기기 어려우니 어지간해서는 신경 쓸 일이 없다.
무선랜을 통해 연결할 경우, 일단 케이블 길이 제약에서 벗어나니 반드시 PC 옆에 놔두어야 할 필요가 없고, 전원선만 연결하면 되니 주변을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최초 한번씩만 설치해주고 나면 여러 대의 PC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으니 편리하다. 보통 여러 대의 PC에서 사용하려면 네트워크 프린터로 연결해야 하는데, 네트워크 프린터로 설정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PC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이용하기는 번거로운 것이 사실이다(물론 단순 무식하게 쓸 때마다 USB 케이블을 옮겨 끼워도 되긴 한다). 하지만 P1102w는 무선랜을 통해 연결이 가능하므로 네트워크 프린터 설정법을 잘 몰라도 된다.
1분간 18장 출력
자, 연결도 끝났으니 이제 성능이 어떠한지 알아볼 차례다. 레이저젯 프린터는 잉크젯 프린터보다 출력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프린터의 출력 속도는 ppm이라는 단위로 이야기하는데, 이는 Page Per Minute의 약어로 1분당 몇 장을 출력할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하지만 업체마다 측정하는 기준이 약간씩 달라서 실제 속도는 직접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P1102w는 18ppm의 속도로 출력한다고 나와 있는데, 실제로 스톱워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확인해보니 1분 동안 17.5장 정도(60초가 된 순간 18번째 장이 출력되고 있었다)가 출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속적으로 출력되는 속도와 첫 번째 페이지가 출력되는 속도는 약간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감안한다면 스펙에 나와 있는 18ppm이 정확하다고 할 수 있겠다. P1102w의 장점 중 하나는 인쇄 명령을 내린 후 첫 번째 페이지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짧다는 것. 첫 번째 페이지가 완전히 출력될 때까지 불과 8.5초밖에 소요되지 않는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인쇄 버튼을 누르자마자 예열 시간도 없이 바로 구동되면서 페이지가 출력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다가 출력을 해도 첫 번째 출력물이 빨리 나와주므로 간헐적으로 1~2장 정도를 출력하는 환경에서 더욱 유용할 듯싶다.
참고로, P1102w는 일정 시간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대기모드로 전환되기 때문에 계속 전원을 켜두더라도 전력 낭비가 적은 편이다(사용 시 소비 전력 370W, 대기 모드 시 소비 전력 2.7W).
출력 품질은 어떨까?
P1102w가 지원하는 최대 해상도는 1,200dpi다. Dpi란 dots per inch의 약어로 가로 x 세로 1인치의 영역 안에 몇 개의 점이 들어가는지를 나타내는 단위다. 수치가 클수록 더 정교한 이미지를 출력해낼 수 있는데, 요즘 출시되는 프린터에서 1,200dpi는 대략 평균적인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출력 품질이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P1102w는 프린터 속성에서 600dpi와 1,200dpi 중에서 출력 해상도를 선택할 수 있으며, 해상도마다 절약 모드(사용하는 토너의 양을 줄이는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각 출력 모드에서 텍스트 위주의 출력물을 출력해본 결과 위와 같은 출력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는데, 600dpi보다 1,200dpi가 더 세밀하게 출력되긴 했으나 시각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한편, 절약모드의 경우는 600dpi 절약모드보다 1,200dpi 절약모드의 출력물 품질이 더 떨어지게 나왔는데, 어차피 토너 사용량을 줄이고자 절약모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굳이 고해상도로 출력할 일은 없을 테니 별로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진을 출력해보았을 때도 마찬가지. 1,200dpi로 출력한 결과물이 약간 더 선명하고 경계선이나 나뭇잎 끝 같은 부분도 좀 더 세밀하게 표현되긴 했지만, 600dpi로 출력한 것과 비교했을 때 확연하게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컬러라면 또 모를까 흑백으로만 출력되니만큼 그냥 일상적으로 사용할 때는 600dpi로 설정해두고 쓰면 되겠다(어차피 기본 설정이 600dpi로 되어 있다).
흑백 프린터를 다시 생각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흑백 인쇄만 가능하다는 것 역시 경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다. 컬러 프린터를 사용하다 보면 굳이 컬러로 출력하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컬러로 뽑게 되는데, 이때 낭비되는 컬러 잉크/토너를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정품 컬러 토너는 가격이 상당하므로 어지간해서는 흑백으로 출력하는 것이 낫다. 컬러 프린터에서 흑백으로 출력하려면 일일이 옵션을 지정해줘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P1102w는 그냥 자동으로 흑백 출력이 된다(사실 너무 당연한 얘기라 굳이 읊고 있기 민망하다).
일단 프린터를 구매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출력하고자 하는 것들을 떠올려보고 굳이 컬러 출력까지 필요치 않다고 판단된다면 흑백 프린터를 선택해보는 것은 어떨는지? 컬러로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아직도 텍스트가 중심인 소설책 등은 흑백이라는 것을 생각해보자. 주로 출력하는 것이 텍스트 위주의 문서라면 흑백 프린터가 나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P1102w는 평범한 가정이나 작은 사무실에서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2대 이상의 PC에서 문서 위주로 조금씩 자주 출력하는 환경이라면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글 / IT동아 박민영(biaret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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