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몸 던진 이종범 “KIA정신으로 4강 간다”

입력 2010-08-1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IA 이종범. [스포츠동아 DB]

KIA 이종범. [스포츠동아 DB]

레드 콤플렉스의 시대였던 80년대. 한국프로야구에서도 ‘빨간 색’만 보면 오금이 저리던 팀들이 있었다. 야구실력 뿐 아니라, 정신력에서도 최강이었던 해태 타이거즈. 그 호랑이 정신의 적자인 이종범(40)은 17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제가 신인 때는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열다섯 바늘 넘게 꿰매고도 다음 경기를 뛰었거든요. 그 때는 부러져도 경기에 나가야 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스파이크 끈을 조이니 발가락의 통증이 생각보다 심했다. 기동력의 야구를 펼치던 그로서는 치명적이었다. 이종범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칼로 스파이크를 찢었어요. 꿰맨 자국 윗부분을. 그랬더니 조금 덜 아프더라고요. 그 발로 도루 2개를 했었지요.”

그리고 17년이 지났다. 하지만 정열의 정신은 살아 있다. 4위 롯데를 턱밑까지 추격한 KIA에는 최근 몸을 사리는 선수들이 없다. 특히 최고참 이종범은 14일 광주 롯데전에서 펜스에 부딪히며 타구를 건져내고, 구급차에 실려 나가며 선봉에 섰다. 뒷문이 허약한 KIA의 마무리를 맡아 큰 힘이 되고 있는 윤석민도 마찬가지다. “깁스 풀고 2주 만에 공을 던졌다. 아직 80% 정도지만…”이라는 본인의 설명. 주장 김상훈 역시 크고 작은 부상에도 안방을 굳건히 지킨다. 이종범은 “막판 순위 경쟁에서 일단 안 다치는 게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제 몸 돌볼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말을 안 해도 후배들이 다 알고 있더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살신(殺身)’의 KIA 정신. 과연 KIA는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을까.목동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뉴스스탠드